한국e스포츠협회의 파행적인 협회 운영이 결국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 기본 업무인 예·결산 비민주성을 이유로 삼성전자가 협회를 적격적으로 탈퇴했으며 일부 이사진도 정식으로 이를 문제 삼을 방침이다. 삼성은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e스포츠 업계를 이끌었던 대표 업체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지난주 새로 출범한 3기 e스포츠 협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으며 협회 관리와 지휘 책임이 있는 주무 부처인 문화부, 지금까지 회장사였던 SK텔레콤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지난 주 이사회에서 이사와 회원 탈퇴를 선언한 삼성전자는 협회 철회 요청을 일축했으며 다른 이사진도 협회 운영의 비민주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10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회에서 탈퇴 재고 요청을 받았지만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라고 못 박았다. 또 이미 이사회에서 여러 차례 협회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불가피하게 실력 행사에 나섰다며 협회의 불투명한 운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삼성전자와 상당수 이사진이 제기하는 협회 문제점은 운영과 예·결산, 즉 돈 흐름의 불투명성이다. 일례로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99년 설립 후 지난해까지 8년 동안 단 한 번의 감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 사무국 운영과 회계 처리를 견제할 기본 장치가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많은 회원사의 지적으로 지난해 결국 부랴부랴 감사를 선임했지만 아직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협회 이사회 가운데 한 업체는 “이사회에 제출된 결산 보고서를 보면 불분명하고 적절치 않은 용도가 여기저기 발견할 수 있다”라며 “특정 인터넷 매체에 수 억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접대비 지출 대상도 기록하지 않은 대목에선 어이가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사회 업체는 “지난해 4개 이사사가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어 협회 예산 운영 개선안을 제출했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제대로 거론되지 않는 점을 보면 이미 파행 운영이 정도를 넘어 섰다” 라며 “직원이 10명 조금 넘는 사무국에 발급된 법인 카드만 11장이라는 사실부터가 비상식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회원사 지적 사안 중 고쳐야 할 문제는 개선하지만 오해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훈호 협회 이사는 “회계 결산 보고 조차 없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매년 결산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며 “실제 잘못 지출된 비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제 이사는 또 “1기에 비해 2기에서는 운영 면에서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은 고쳐나가는 과정”이라며 “협회 운영 개선 방안을 내달까지 제출해 내부 문제를 치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스포츠업계에서는 “3기 협회가 출발부터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올해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e스포츠 업계에게는 좋은 상황은 아니다” 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e스포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 기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장동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