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가격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지역의 PC방 업체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 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혈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 개선은 뒷전에 미뤄놓고 가격 싸움에만 매달리는 상황이 가속화하면서 PC방 공멸론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와 대전 일부 지역 PC방 중에는 최근 시간 당 요금이 300원으로 떨어졌다. 이 지역 PC방들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700∼800원 수준의 요금을 유지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심가나 강남 지역은 아직 1000원 이상의 요금이 유지되고 있지만 경쟁이 심한 주택 밀집 지역이나 일부 대학가에서는 500원 요금도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일부 지역의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 추세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가 23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PC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 요금을 묻는 질문에 700원 이하를 받는 PC방이 36.9%인 849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500원 이하 PC방도 228곳(9.9%)이나 됐다. 반면 1500원 내외의 요금을 받는 PC방은 고작 4.1%인 95곳에 그쳤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얼마나 낮은 가격인지 알 수 있다. 안양시 석수동에 있는 S PC방의 요금은 500원이다. 그나마 최고의 요금을 받고 있다는 서울 종로 N PC방도 1200원 정도다. 반면 도쿄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PC방 ‘아이카페’의 요금은 540엔(약 5000원)이다. 일본과 서비스 요금의 격차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지만 유독 PC방은 그 차이가 5∼10배나 난다.
지역과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PC방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요금은 800원 정도로 추산된다.
배문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부회장은 “점포 및 회선 임대료, 인건비 등을 따져보면 요금을 1000원은 받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일부 PC방이 가격으로 경쟁 PC방을 압박하는 방법을 쓰는데 이는 제 무덤을 제가 파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배 부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PC방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창업이 쉽다”며 “만일 가격으로 다른 PC방을 망하게 만들면 곧 같은 전략을 쓰는 경쟁 PC방이 나와 자신도 자금 압박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PC방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출혈경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설과 서비스 개선,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변신 등 보다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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