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이끌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년간의 논란 끝에 출범하게 됐다. 방송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의 대립으로 지지부진했던 융합산업과 서비스의 새로운 도약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발족된 방통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방통위는 종전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기능을 상당수 흡수함으로써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방통융합 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제 IT강국으로 닦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바탕삼아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찾는 방송통신 융합 강국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방통위의 향후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IT강국의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 특히 정보통신 정책을 추진해온 정보통신부 직원들이 ‘공무원’이라는 안일한 의식에서 벗어나 ‘회사원’ ‘주식회사 정보통신부’라고 불릴 만큼 남다른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방통위 발족 과정을 보면서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방통위가 구성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간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전문가가 배제된 가운데 특정 분야 인사가 대거 포진하게 되면서 방통위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우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방통위는 이름 그대로 방송과 통신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논리에 밀려 어느 특정 분야로 채워지면 방송통신 발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 발족된 방통위의 업무 중 방송통신융합과 전파분야·통신정책·개인정보 보호·인터넷정책 등 상당 부분이 정보통신 분야임을 감안해보면 이 분야 전문가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균형 있게 참여해야 할 것이다. 방송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케빈 마틴 현 위원장의 전직이 ‘통신전문 변호사’였다는 이력은 이런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방송계’ ‘통신계’ 인사 수를 동일하게 배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하는지다. 방통위가 ‘독립적’ ‘전문적’ 입지에서 방송·통신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면, 그 구성원들이 실질적인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방통위 안에 양적·질적으로 균형감 있고 내실 있게 배치할 때 기대할 수 있다.
방통위가 성공을 거두려면 전문가의 과감한 발탁과 더불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간 ‘화학적 결합’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다. 그동안 ‘통신 따로 방송 따로’ 해온 칸막이를 이른 시일 안에 걷어내야 한다. 화학적 결합으로써 그동안에 서로 보이지 않게 형성해 온 갈등이나 오해도 깨끗이 씻고 새 출발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가 잠시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고 이해관계에 얽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잊혀진 IT강국’이란 초라한 명성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만이 차지할 수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에서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려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치밀한 전략과 계획 하에 강력한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 이로써 세계 시장에서 ‘최고 우량주’가 될 것임을 확신하며 정치권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해 본다.
김남 충북대학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이사) namkim@chungb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