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장 취임 초기에 고객과 우호적이면서 사업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싶었어요. 한국말이 서툴러 프레젠테이션하는 데 애로가 많았지요. 그래서 와인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여러 가지 와인을 시음하는 형태로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오재진 한국쓰리콤 사장은 지난해 6월 새로운 수장이 됐다. 젊은 패기로 네트워크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그는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우리말보다 영어가 익숙하다. 요즘 영어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지만 그는 우리 말이 서툴러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고객과 비즈니스 모임에서 더욱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택한 건 와인이었다. 와인은 오감을 자극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마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관련 서적이 많긴 하지만 전문가에게 교육받기란 쉽지 않지요. 고객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초청해 와인과 함께하는 행사를 시작했고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어요.”
이 행사는 그가 우리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고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언어의 장벽을 넘어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와인을 한잔하면 우리말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하는 ‘알코올 잉글리시’처럼 그도 와인의 알코올의 힘을 빌어 우리말에 조금씩 자신감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 행사를 와인과 함께하는 자리로 바꾸니 모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즐기게 됐어요. 와인은 상대방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며 사업상 중요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주지요. 우호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분위기에서 사업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합니다.”
오 사장은 ‘기존 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즐겨한다. 그런 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모르모레토’가 도전 정신을 여실히 보여주는 와인이라고 추천했다.
“모르모레토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와인 산지인 토스카나에서 생산되지만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포도품종인 산지오베제가 아닌 카베르네 소비뇽, 멀롯과 같은 프랑스 품종을 주원료로 해요.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을 벗어나는 모르모레토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결국 기존의 와인을 뛰어넘는 맛과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와인이 됐지요.”
그는 “여운이 길고 오래 남아 연륜이 쌓여갈수록 더 찾게 되는 모르모레토처럼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런 경영자로 남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재진 사장의 추천와인
와인: 프레스코발디 모르모레토(Frescobaldi Mormoreto)
빈티지: 2004년
생산국 및 지역: 이탈리아
종류: 레드(red)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60%, 멀롯 25%, 카베르네 프랑 15%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