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미 FTA 비준, 왜 서둘러야 하나?

‘경제살리기’는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 핵심 정책수단을 통해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서부터 출발하게 된다.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이 증대되고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경제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정책수단과 그 효과를 모두 내포하고 있는 한미 FTA가 아직도 비준되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해 정기국회에 비준 동의안이 제출되었으나 무산되고, 금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논의조차되지 않았다. 국익이나 실익보다 신념에 찬 일부 국회의원들의 저돌적 행동, 총선을 의식한 미온적 대처 등으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4월에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있으나, 총선 후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한미 FTA 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미 FTA의 중장기 효과만 강조되고 단기 효과는 간과되다 보니 몇 달 늦게 비준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향후 10년간 GDP(국내총생산) 성장 6%(80조원), 무역흑자 200억달러, 일자리 창출 34만개, 소비자 혜택 20조원 등 엄청난 경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한국경제 업그레이드’ 등은 사실에 근거하여 그 효과를 집약하고 있지만 발등의 불이 아닌 먼 미래의 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경제살리기’에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미 FTA의 첫 번째 초단기 효과는 발효 즉시 철폐되는 자동차 등 대미 수출상품에 부과되는 관세이다. 2.5%의 낮은 관세율이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하다고 저평가하고 있으나, 수출품 가격의 2.5%를 환율로 바꾸어 보면 현재 달러당 970원 전후의 환율이 994원으로 올라가게 돼 그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환율이면 모든 중소기업들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지 않고 관세인하 만큼(달러당 24원 정도) 가격을 인상하여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반면에, 한계선상의 기업들은 수익을 줄이지 않고도 그 만큼 가격을 내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미 수입도 꼭 필요한 농산물, 소비재 등은 우리나라의 관세인하 만큼 재정수입은 줄어들지만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고 기계설비, 원자재 등은 관세인하 만큼 우리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게 된다. 결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법인세,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두 번째 단기 효과로는 시장개방 확대, 진입규제 완화, 제도개선, 구조조정 등 넓은 의미의 규제완화 조치를 들 수 있다. 한미 FTA 만큼 광범위한 규제완화가 과연 있겠는가? 수도권 규제완화 정도가 비교대상이 될까? 그러나 수도권 문제는 한미 FTA처럼 산업전반에 걸쳐 전국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는 세계경제 환경의 급변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고, 철강금속 등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물가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되고 있다.

한미FTA가 진작 비준되었더라면 지금쯤 미국정부를 압박하여 발효시기를 앞당겨 중소기업, 서민가계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누가 나서서 국회가 비준동의를 서둘도록 할 것인가? 이례적으로 이·취임을 앞둔 대통령들께서 회기내 처리키로 합의해도 국회는 강 건너 불이었다. 경제단체, FTA관련 공무원이나 국내대책위원회만의 일이어서는 안 된다. ‘경제살리기’와 ‘물가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특히, 수출하기 힘든 기업인과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취업난에 직면한 대학당국과 학생, 학부모 그리고 물가상승으로 가계가 어려운 주부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18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한미FTA 지지 후보에게 표를 찍는 일보다 4월 17대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중대사 중의 중대사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최준영(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 choi51@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