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러스가 출몰해 논란을 일으켰던 각종 디지털 기기의 감염 경로가 대부분 중국 공장일 것으로 추정돼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7일 AP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팟’, 타깃(Target)과 베스트바이(Best Buy)의 디지털 액자, 톰톰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바이러스가 내장(pre-installed)된 채 출시됐던 제품 대부분이 중국 공장에서 제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백제 범벅의 나무젓가락, 농약이 검출된 만두, 납으로 마무리한 장난감에 이어 디지털 기기에서까지 바이러스가 출몰하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중국 공장 관계자나 해커들이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유포시켰을 가능성은 낮고, 디지털기기 작동에 필요한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공정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장의 공정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바이러스가 이미 걸린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호환성을 테스트하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들은 사용자의 ‘비밀번호’를 훔치거나, 다른 바이러스들을 유포시키기 용이하도록 보안장치를 해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형 할인점인 타깃에서 50달러짜리 디지털 액자를 구매한 제리 애스큐씨의 경우, PC와 디지털 액자를 연결하는 순간 비밀번호를 훔치는 바이러스를 포함 총 4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베스트바이는 자체 브랜드로 공급했던 10.4인치 디지털액자 인시그니아(Insignia)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돼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이 제품도 윈도 기반 PC를 연결하면 디지털액자 속에 숨어있던 바이러스가 컴퓨터로 전염된다. 최근 바이러스가 발견된 애플의 아이팟은 2006년 중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응용 프로그램 호환성 테스트 중에 바이러스가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요시 세피 MIT 교수는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제조 공장을 옮겼던 IT업체들이 바이러스 때문에 더 큰 비용을 떠안을 수도 있게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공정 과정을 진단하고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AP 측은 중국에 아이팟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혼하이정밀(대만업체)를 비롯해 플렉스트로닉스인터내셔널(싱가폴)·콴타(대만)·아수스텍(대만) 등 OEM 생산 물량이 많은 업체를 상대로 디지털기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상세 대응 전략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중국산 디지털 액자를 철수시킨 베스트바이와 샘스클럽도 향후 구체적인 제품 검증 절차에 대해서 침묵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