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도메인, 외국 기업에 뺏긴다?!

 ‘한글 도메인 주인공은 외국업체?’

 ‘홍길동. 한국, 홍길동. 기업’과 같이 순수 한글로 등록할 수 있는 도메인 체계에 관련한 권한을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이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가고 있다. 국제 인터넷 주소관리 기구 (ICANN)는 각국 언어로 구성하는 도메인 체계를 위한 ‘국제화 도메인 (IDN)’ 등록 사업자를 조만간 허가할 예정이지만 국내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자칫 한글 종주국이지만 정작 한글 도메인은 외국 사업자에 등록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발단은=인터넷진흥원과 산업계에 따르면 ICANN은 조만간 IDN 사업자를 허가할 방침이다. IDN은 순수한 자국 언어 도메인 체계.· 용어설명 참조. 가령 국내는 한글로 ‘한글. 한글’ 식의 도메인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서비스 중인 ‘홍길동. kr’, ‘홍길동. com’과 같은 반 한글 주소 형태가 아니라 ‘홍길동. 한국, 홍길동.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순수 한글로 도메인을 등록해 쓸 수 있다. ICANN은 이미 2006년부터 IDN 등록 사업을 검토해 공식화했으며 기술적인 준비가 끝나는 데로 이를 승인해 줄 방침이다. ICANN이 운영하는 위키 페이지 ‘IDN 코너’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샘플 형태의 11개국 언어로 테스트를 진행해 전세계 네티즌 의견을 받고 있다. 문제는 국내 업체가 IDN 등록 사업자 자격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쟁점은=ICANN은 전 세계 IDN 사업자와 관련해 두 가지 형태로 권한을 줄 계획이다. 지금 ‘.kr’, ‘.com’ 과 같이 국가와 일반 영문 도메인 방식으로 구분했듯이 IDN도 ‘.한국’과 ‘.기업’처럼 두 방식으로 나눠서 준다는 방침이다.

 국내 도메인 업체가 우려하는 것은 일반 도메인의 외국업체 선점 가능성이다. ICANN은 필수 자격 조건으로 도메인 등록 관리 경험을 꼽고 있으나 법적으로 도메인 등록 사업을 막아 놓은 탓에 국내업체가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ICANN은 실제 독점 우려를 이유로 한 사업자에 두 가지 모두 등록 권한을 주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유일한 사업 경험이 있는 인터넷진흥원은 국가 한글 도메인 권한을 얻을 수 있지만 일반 도메인 사업 권한은 제3의 업체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최근 ICANN 이사회에 참석한 녹색 소비자 연대 전응휘 위원은 “ICANN은 비영리기구이자 시장 지향 기구” 라며 “.kr에 상응하는 한글 도메인은 이미 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은 인터넷진흥원에서 맡더라도 그외 나머지 도메인 등록과 관련해 국내업체가 소유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라고 말했다.

 ◇대안은=더 큰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0년 중반부터 국가가 도메인을 관리하기 위한 ‘인터넷 주소 자원에 관한 법률’를 만들어 민간 업체의 도메인 등록을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ICANN이 원하는 ‘도메인 등록과 관리 경험이 있는 업체’를 국내에서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비아 윤원철 차장은 “한글 IDN 관리 권한을 놓고 여러 업체가 경합을 벌인다면 ICANN은 도메인 운영 경험을 갖춘 업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회에 정부 주도의 전반적인 도메인 등록과 관리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진흥원도 뚜렷한 방법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진흥원 측은 “.kr 도메인은 ICANN에서 한글 IDN 도메인 등록과 관리 권한을 얻는 데 문제가 없다”라며 “그외 나머지 한글 IDN 도메인은 관련 업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심을 환기시키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용어: IDN(Internationalized Domain Names)

 국제화 도메인 이름. 자국 언어를 기반으로 한 도메인을 쓰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예를 들면 한국의 경우 한글. 한글 식으로 도메인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ICANN은 2007년 10월 중순부터 ‘example. test’ 형태의 11개국 언어로 시험 중이다. ICANN 이사회는 지난 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IDN에 관한 사업자 설립을 승인하겠다고 결의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