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오픈아이디

 예순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의 컴퓨터를 가끔씩 켤 때면 으레 하는 것이 있다. 바이러스 검사와 아버지가 최근 사용하시는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책상 앞 메모꽂이에 잘 보이도록 크게 적어 놓는 일이다.

 아버지께서 퇴직 후 즐기시는 취미가 인터넷 서핑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온라인게임의 재미에 하루 1시간은 꼭 컴퓨터 앞에 앉으시는데, 그러다 보니 새로 가입한 사이트도 자연스럽게 늘어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늘 헷갈려 하신다.

 “이런 거 하나로 다 쓸 수는 없나?” 하시는 아버지의 질문에 피식 웃고 말긴 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구나 싶다. ‘오픈아이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오픈아이디는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픈아이디를 지원하는 사이트에서는 일일이 번거로운 정보 입력 없이 하나의 아이디로 인증을 할 수 있어 하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기억해 두면 되고 인증에 필요한 자기 개인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오픈아이디를 지원하는 사이트는 구글·야후 등을 포함, 9000개 이상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오픈아이디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은데, 이는 오픈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디테일’을 서비스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 엔씨소프트의 오픈마루 스튜디오, 미투데이, 레뷰, 위자드웍스가 한데 뭉쳐 ‘오픈아이디로 떠나는 인터넷 탐험’이라는 주제로 오픈아이디를 알리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 오픈아이디를 지원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포함해 30여개에 불과하지만 웹2.0을 지향하는 톡톡 튀는 서비스들이 많아 상큼한 것을 찾는 사용자라면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세상에서 좀 더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이뤄지고, 아이디 하나로 통하는 인터넷 탐험을 즐길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아버지 책상에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빼곡한 메모장도 필요 없어지겠지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장은영 안철수연구소 서비스플랫폼팀 차장 move@ahn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