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LCD업계의 상생

 최근 소니가 삼성 대신 샤프와 LCD 10세대 라인 합작을 결정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LCD 패널업계를 비롯한 관련업체들은 대응책을 수립하느라 분주하다.

 과거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했던 소니가 삼성과 합작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체감했었다. 한국은 LCD 패널업계가 주도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맹주의 역할을 굳건히 지켜왔다.

 소니의 이번 결정에 일본 정부가 개입했다고 한다. 전자업계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또 국익을 위해, 업체 간 이익에 다소 배치되더라도 똘똘 뭉치는 일본의 특성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업계·지역경제 등 당사자가 다양한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겠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LCD 패널은 관련 업체들이 많다는 점이다.

 국내 LCD 패널의 부품업체들은 이미 심각한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백라이트유닛(BLU)을 주로 생산하는 LCD 패널 부품 중견기업이 부도를 냈다. LCD 패널 업체가 20%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는 동안 많은 패널 부품업체는 나날이 악화되는 수익성으로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품질은 일본업체와 경쟁하고 가격과 서비스는 국내업체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하는 무한경쟁의 레드오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한편에서는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를 걱정을 하면서 정작 우리 업체들을 활용하는 지혜는 없는 것일까.

 소니의 변심이 LCD 패널 부품업계의 무한경쟁 페달을 더 세게 밟게 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그 속도감을 잃은 ‘무한질주’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정부의 지원과 전후방 업체들 간의 상생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LCD 패널의 공급사슬의 위쪽에 있는 업체들은 함께 뿌리 깊은 나무가 돼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맛있는 열매도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공헌도 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상생 열매를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누고, 다시 돌아오는(?) 소니의 손을 잡을지 말지 하는 행복한 고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곽용식 SKC 필름사업기획팀장 yskwak@sk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