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큐레이터 소비의 예고

[ET단상]큐레이터 소비의 예고

 소비란 돈이나 물품·시간·노력 따위를 들이거나 써서 없애는 것이다. 이것이 사전적 의미인데, 경제에서는 욕망의 충족을 위하여 재화를 소모하는 행위로, 생산과는 표리의 관계에 있는 경제현상이다.

 이와 관련, 소비자주권이란 생산자 중심형의 경제활동에 대해 그 원점은 소비자에게 있다고 해 소비자의 이익추구를 으뜸으로 하는 것이며 ‘소비자는 왕이다’고 주장한다. 1962년 J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특별교서에 의하면 소비자가 보호받아야 할 4가지 권리는 안전해야 할 권리, 알아야 할 권리,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의견이 반영되는 권리다.

 영어의 큐레이터(curator)는 특히 박물관이나 도서관 따위의 관리장·관장·감독·주사·관리인 혹은 지배인을 의미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너무도 많은 정보와 자료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이에 따른 정보와 자료가 넘친다. 거리와 도로는 물론이고 전철이나 버스 안에는 온갖 광고로 가득차고 마트에서 저마다 최상의 상품임을 강조하며 갖가지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혹해 그들의 취사선택을 유도한다.

 이처럼 특정매체나 사회의 저명인사나 인물이 추천하거나 또는 집단·단체 등에서 소개한 책·레스토랑 혹은 음식이나 패션 등을 소비하는 것을 일컬어 ‘큐레이터 소비’라고 한다. 큐레이터 소비는 이와 같은 현대의 배경 속에서 생성돼 우리들 소비자 앞에 등장했다. 사회적인 명성·지명도나 믿음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개인이나 매체가 추천하거나 제시한 일종의 지침에 따라 선택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쉽게 접하고 있는 큐레이터의 유형으로 첫째, 오피니언 리더를 들 수 있다. 일종의 오피니언 메이커인 오피니언 리더는 일반적으로는 특정지역, 결사나 집단을 대표하는 실제적이고 이론적인 지도자다. 둘째, 연예인이나 탤런트·CF모델이 있다. 그들이 입고 다니는 의상·액세서리, 나아가 그들이 선택하고 즐겨 찾는 미용실·상점이나 공간이라면 무난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일반 소비자는 큰 갈등 없이 따라서 행한다. 셋째, 대중매체를 꼽을 수 있다. TV·라디오·영화·신문·잡지 등이 소개한 음식점이나 콘서트·공연·영화 등은 일반 소비자에게 즉시 선택을 위한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형태의 큐레이터는 엄밀히 말해서 이미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존재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할 만한 큐레이터는 다름아닌 인터넷 오피니언 리더, 속칭 넷피언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음악회나 연주회·영화를 보러 가거나 국내 혹은 국외로 여행갈 때, 또 제품을 사거나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반드시 사전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한다. 그래서 전문가나 이미 경험한 소비자의 품평과 평가에 의존할 때가 많다. 하루가 다르게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는 네티즌의 경험담·독후감이나 평가야말로 소비자의 가치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부단히 변화하고 전진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세상이 빠르고 복잡다단하게 변화할수록 그 속도에 비례해 쇼핑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네티즌의 영향력이 막강한만큼 이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무작정 마케팅 활동의 대부분을 단지 외부 큐레이터에만 의존하거나 맡길 수만은 없다. 종국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큐레이팅을 해야 한다. 가령 단순한 제품 진열에서 과감히 탈피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다양한 기능과 활용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보다 실질적인 소비가이드를 제시하는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나경수 전자·정보인클럽 부회장 eniclub@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