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키우자

월요논단

 소프트웨어가 차세대 IT 산업을 이끌 핵심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지식경제 강국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 대표적인 지식집약 산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하드웨어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랑스러운 IT강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인식전환을 이루게 됐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고무적이다.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 지식재산권 보호 등 여러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며 체득한 경험에 따르면, 무엇보다 산업의 생태계 조성이 뒷받침돼야 장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는 상생의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7만5000여개의 파트너사와 함께 사업을 한다. 흔히 대기업의 ‘파트너사’라고 하면 ‘하도급업체’를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에 파트너사는 보다 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라는 IT산업의 축을 함께 형성하는 ‘생태계’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플랫폼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는 유기적인 상생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는 최초 제공된 형태로만 사용되도록 설계되지 않는다. 누구나 부가기능을 새롭게 추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그러한 기능이 끊임없이 더해져야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소프트웨어는 당연히 부가기능 개발이 쉽도록 설계되고, 그럴수록 부가기능 개발을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 또한 늘어난다. 이 기업들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역량을 기르고, 더 큰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작용하기 시작하면 가치창조의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돼 움직이는 것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파트너 중심을 원칙으로 하는 공생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최근 유망한 중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대기업과 협력하며 생태계 조성에 뛰어들고 있다. 실리를 따져 생태계 모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인식전환이다. 협력을 통해 불필요한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지원도 얻어내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이 같은 상생의 생태계 조성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적극 환영한다. 더 많은 분야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파트너들이 개발해내는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플랫폼과 시장 기회, 파트너십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생태계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고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분명 후발주자다. 소프트웨어 선진국을 뛰어넘을 그 무엇이 나타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술개발과 혁신의 속도를 쫓아가기에만 숨을 헐떡일 지경이다. 앞이 잘 안 보이면 키가 더 큰 사람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실익을 챙기고, 궁극적으로 대등한 힘을 키워가는 실리적인 접근법을 생각해 볼 때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바로 이 같은 실리 추구를 기반으로 구성원 간 상생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준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열린 마음으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기반이 될 생태계를 발굴하고 육성해 IT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유재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jaesungy@micro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