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휴대폰 보조금 규제 폐지를 앞두고 이동통신시장이 점차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조금제 폐지’, ‘이번이 마지막’ 등의 플랫카드를 걸고 불법보조금을 동원하며 가입자를 모으는 일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보조금 규제 일몰 전 마지막 주말인 22일과 23일에는 이러한 막차 태우기 마케팅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도대체 휴대폰 보조금이 어떻게 되는지”, “정말로 지금 아니면 휴대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지”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곳에서는 보조금 규제 일몰이라는데 시장에서는 보조금 폐지라고 하니 이것 또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정부 규제가 사라짐에 따라 휴대폰 보조금도 이젠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이게 됐지만, 어째 그 예고편은 득보단 실이 많아 보인다.
◆ 내 휴대폰 보조금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다면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들의 말처럼 정말 보조금이 사라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이번 보조금 규제가 일몰이 되면서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약관에 의거해 책정되었던 보조금들은 사라진다. 현재 각 이통사들은 가입기간 1년6개월 이상 가입자들에 한해 사용기간 및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지금의 보조금 약관 기준으로 1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가 있다면, 27일 이후에는 그 10만원은 사라지게 된다. 보조금 규제 일몰과 함께 이통사들이 기존에 제시했던 약관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조금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가입자 유치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던 보조금을 없앴다는 것은 이통사들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이번 보조금 규제 일몰과 함께 새로운 약관을 통해 보조금을 소비자들한테 지급하게 된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휴대폰 보조금이 새로운 기준으로 재 책정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기준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의무약정제다.
◆ 또 다른 가입자 차별의 시작인가
의무약정 보조금을 통한 이통사들의 가입자 모집 경쟁을 시장 초기 상당히 과열 양상을 띌 가능성이 높다. 의무약정제 특성상 소비자의 통신사 이동이 제한되는 만큼 초기 가입자 모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열경쟁 구도 속에서 가입자가 차별이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이 현재 추진하는 의무약정제 보조금은 고객이 ‘그동안 얼마나 사용했느냐?’가 아닌 ‘향후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가입기간 및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던 기존 약관은 없어진다.
결국 향후 보조금 시장은 한 이통사만 꾸준히 이용해오던 충성스런 고객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신규고객들에게만 많은 혜택을 제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잡은 고기한테는 떡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는 약관 기준이 무시된 불법보조금이 난무하며 번호이동 및 신규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는 지금 시장 상황에서 알 수 있다.
27일 일몰되는 지금의 보조금 규제가 이통사의 마케팅 논리로 인해 충성고객은 외면된 채 불법보조금만 찾아다니며 이통사를 수시로 옮겨 다닌 ‘메뚜기족’들만 혜택 받던 과거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되었었음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보조금 규제가 일몰로 이통사 자율적으로 보조금을 운용할 수는 있지만, 과거와 같이 가입자 차별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시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 사후규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