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지상파 DMB 기술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중복으로 추진, 자칫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관 및 기업간 과당경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EU가 유럽 디지털휴대이동방송 단일 표준으로 노키아의 DVB-H를 선정하면서 DMB 수출활성화를 위해 현재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출 추진 기관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ETRI와 KETI는 각각 DMB기술 수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관련 시스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KETI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KETI는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한 지역에서 두개 기관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 기관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DMN(Digital Mobile Network)’ 및 ‘DMB 누산타라’ 등의 진영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중국 지상파 DMB 사업을 놓고 국내 업체들 간에 출혈경쟁이 벌어져 결국 장비를 원가 이하로 공급했다”며 “동남아 시장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 기관의 사전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디어플로와 DVB-H 진영 등은 창구를 일원화 해 사전에 부작용을 차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주장은 두 기관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지역을 분담하거나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들 기관이 각각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소속으로 갈라져 있었지만 최근 지식경제부로 통합된 만큼 합병의 당위성도 충분하다는 논리다.
한 업체 관계자는 “두 컨소시엄에 소속된 업체 중 경쟁력있는 곳들만 가려 새로 구성한다면 DMB 수출이 한결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 여러 업체들이 난립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다보니 기술력이 의심스러운 곳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DMB 업체들의 경우 퀄컴이나 노키아 등과는 달리 대부분이 마케팅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라 해외시장에서 외국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컨소시엄이 많을수록 좋다는 견해다.
ETRI 기술이전본부의 김대웅 본부장은 “우리 경쟁상대는 DVB-H 진영의 노키아다. KETI를 경쟁상대로 인식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며 마찰 가능성을 부인했다. 또 넷앤티비의 박재홍 사장은 “노키아는 시험방송을 원하는 국가에 거의 무상으로 장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DMB 진영에도 노키아처럼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어줄 키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석현기자@전자신문,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