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기이사도 물러나

 이재웅 다음 커뮤니케이션 창업자(사진)가 국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이재웅씨는 다음 대표직에 이어 등기 이사직도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현 석종훈 대표와 함께 다음을 이끌어 오다 지난해 9월 미국 라이코스 사업을 위해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 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경영 복귀설이 파다한 상황에서 돌연 사의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측은 “보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회사 경영권과 이사회 의장 역할을 분리하기로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재웅씨는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다음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수 관계인을 포함해 다음 지분 20% 이상을 가진 최대 주주인데다 등기 이사회 가운데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이사진은 이재웅 최대 주주와, 석종훈 대표, 최동일 CFO,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 김진우 연세대 교수, 외국인 사외 이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실제 미국 라이코스 대표를 맡고 있지만 언제든지 다음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이번에 등기 이사까지 내놓으면서 이재웅 창업자는 수 천명 다음 직원 가운데 한 명으로 남게 됐다.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먼저 전권을 석 대표에게 몰아 주면서 전문 경영 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포털 업계는 창업자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섰지만 여전히 전문 경영인은 ‘얼굴 마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재웅 전 대표를 포함한 대부분 창업자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 주요 사안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이미 이사 자리까지 손을 떼는 이 씨는 이전과 비교해 훨씬 홀가분한 입장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등기 이사 자리가 권한 만큼 책임이 있는 자리임을 고려할 때 그만큼 이전에 비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지분 처리와 같은 미묘한 사안에 대해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포털 2위 업체인 다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수합병과 매각과 같은 소문의 진원지였다. 이재웅 전 사장이 지분 매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사 자리까지 내놓은 데는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거 아니냐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다음은 2001년 야후코리아가 주도하던 인터넷 업계 패권을 거머 쥔 업체다. 비록 2005년 정상 자리를 네이버에 뺏겼지만 여전히 다음이 가진 인지도와 브랜드는 막강하다. 제3의 강력한 다크호스가 나오지 않는 한 그나마 네이버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업체로 꼽혀 왔다. 이재웅 사장의 완전한 퇴임이 과연 ‘미래 다음’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는 지, 아니면 또 다른 노림수였는지는 결국 시간이 지나봐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