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노트북PC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전지로 리튬이온 전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니켈카드뮴 전지 등 기존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소형화할 수 있고 메모리효과(완전 방전 후 재충전하지 않으면 성능이 급감하는 현상)도 거의 없으며, 환경 훼손의 우려도 적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M·도요타 등이 경쟁적으로 리튬이온 전지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탈석유 사회 구현을 위한 미래산업의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리튬은 알칼리 금속의 하나로서 가장 가벼운 금속인데, 수분과 접촉하면 격렬히 반응하면서 많은 열을 발생한다. 또 전지 내부의 전해액은 가연성 유기물질이어서 뜨거운 열이나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발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전지는 고온·고압·충격 또는 과충전에 약한 특징이 있다. 리튬이온 전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는 오랜 기간 진행돼 왔으며, 1991년 일본 소니사에서 처음 상품화한 이후로 소니·산요·삼성SDI·LG화학 등 세계적인 기업이 제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정상적인 사용조건에서는 발열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스킷과 금속캔으로 습기와 열 등을 차단하도록 안전설계를 하고, 전류흐름·온도·압력감지 및 차단장치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 또 국제표준(IEC62133)은 물론이고 이를 상회하는 수준의 미국 UL인증기준, 통신업체 등 수요처 안전기준에 따른 검증을 거쳐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리튬이온 전지산업 강국이 됐다. 지난해 약 6억4000개(17억달러)의 배터리를 생산해서 이 중 85%(15억달러)를 수출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일본에 이어 2위며, 그 비중도 2005년 22%에서 26%로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LG와 삼성의 노트북 배터리 발열사고로 인해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리튬이온 전지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릴까 걱정스럽다. 특히, LG전자가 지난 1월 노트북 배터리 사고를 ‘단발성’으로 규정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 사고가 일어나면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안전성 논란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련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업계, 시민단체가 함께 사고 원인을 투명하게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는 성숙된 태도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할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지 제조업체와 소비자 단체, 시험기관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해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준비를 해 왔다.
지난달 27일에는 리튬이온 전지 안전성 점검회의를 열어 사고 발생원인, 업계의 자율안전관리 현황 및 국내외 안전기준 동향을 점검했으며, 향후에는 객관적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제조자·소비자·시험기관 관련 전문가로 안전실태조사반을 구성해서 공개 안전성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리튬이온 전지가 들어가는 휴대형 기기의 올바른 사용방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리튬이온 전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관리대상품목으로 지정하고, 전기연구원과 같이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2·제3의 시험기관을 선정해서 신속하고 객관적인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안전기준도 일본의 국제표준 강화 움직임과 협력해서 국제적으로 무역장벽으로 오인되지 않으면서도 2차전지 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강화해 나가겠다.
정부와 기업·소비자 모두가 합심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안전을 강화해 나가며 소비자가 이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