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 있는 제품이란 간단히 말해서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제품의 믿을 만한 정도가 바로 그 제품의 신뢰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고성장 시대는 생산자 위주의 ‘만들면 팔리는 시장’이었다. 값싼 제품을 만들어 성능만 우수하면 판매에는 문제가 없었던 시절이다. 현재 우리 산업의 단계는 이미 저성장 고임금의 산업구조에 다가섰다.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중국 등의 신흥 경제권에 비해 크게 떨어지게 됐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의 생존은 제품 가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뢰성에 달려 있다. 결국 신뢰성이 한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에는 미국 델의 노트북PC 배터리 폭발사고 당시 배터리 제조사인 소니가 노트북PC용 리튬이온 배터리 410만개를 리콜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소니는 배터리 리콜 비용만 최소 2400억원 이상을 부담했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구매 거부와 리콜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문제가 발생했던 제품은 출하된 지 2년이 채 안 됐고 이것은 ‘품질과 기술의 대명사’라고 불리던 소니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제품의 미래 품질, 즉, 신뢰성을 간과해서 생긴 일이다. 세계 수준에 오른 우리 전자산업 업계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도의 산업단계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신뢰성 수준’은 상당히 중요하다. 신뢰성의 수준이 기업의 이미지며 브랜드 파워인 동시에 소비자 선택 기준의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신뢰성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 출고 전에 고장이 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수집하고 분석해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물론 더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하다. 이 같은 초기 비용은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엄청난 손실 비용과 비교하면 보험과 같다. 기업 이미지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문제 제품의 회수비용은 통상적으로 생산 비용보다 수십에서 수백배 더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쓰지 못하는 이유다.
이관훈 전자부품연구원 신뢰성연구센터장 leekh@ke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