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서비스 기금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용하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보편적서비스 기금’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금 세부 운용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는 오래 전부터 통신방송 분야의 보편적서비스 기금을 조성, 운용해왔다. 옛 정통부는 지난해 민간기업과 함께 주요 국가의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며, 새로 출발하는 방통위에서 그 결과를 받아 국내 상황에 맞는 기금 조성 및 운용 방식에 대해 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독립기관 역할 분담=미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호주 5개국은 정부와 전문기관을 두 축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미·일·프 3개국은 정부는 관리감독을 하고 독립된 전문기관이 손실금 액수를 산정하거나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까지 있다. 미국은 FCC와 별도로 ‘USAC(Universal Service Administrative Company)’라는 전문기관을 두고 있다.
USAC가 분담지수(contribution factor)를 산정하고, 기금 관리를 위한 청구·수금·보조금 지급 등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최종발표는 FCC가 맡는 형식이다.
일본은 총무 대신이 법적 근거에 기반해 ‘기초적 전기통신 역무 지원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프랑스는 전문기관인 ‘ARCEP’에서 손실금을 산정한 후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으나 최근에는 정부 인가 없이 ARCEP 권한으로 실무를 집행하도록 했다. 이탈리아와 호주는 기금 실질 운용 권한을 정부가 갖는다. 독립 기관은 감사를 하거나 비용을 산정하는 실무를 맡는 정도의 차이다.
◇기금 미납 시 면허권 취소까지=보편적서비스의 중요성은 의무 사업자에 대한 제재조치에서 잘 드러난다. 프랑스는 분담사업자가 기금분담을 하지 못하면 전문기관인 ARCEP가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다.
분담 사업자가 두 번 기금 분담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ARCEP는 사업자의 면허(authorization)를 취소할 수도 있다. 보편적서비스 부담 의무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일반 고객이 분담금을 직접 부담한다. 즉, 각 사업자가 예상하는 분기별 수입데이터를 토대로 USAC가 분담지수를 산정하면 FCC가 다음 분기 분담지수를 발표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자들은 보편적서비스 기금 손실부담금을 산정해 고객 청구서에 적용하는 형태다.
◇방송위 기금·정보통신진흥기금과 조정 필요=우리나라는 매년 보편적서비스 총액이 700억여원에 이른다. 주로 시내전화 적자분인 이 규모는 대체 서비스 등장으로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는 보편적 서비스 기금 납부 방식은 의무사업자로 지정된 KT가 우선 투자하고, 분담 사업자로 지정된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사후 손실금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KT는 “선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KT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고, 또 원가 및 손실금 액수를 조정하기 위해 사업자 간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등 불합리한 요소가 많다”며 “중립된 기관이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실무를 책임지는 게 합리적”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하지만 선결과제도 있다. 초기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데 따른 사업자 부담이나 통신 외에도 방송 분야의 보편적 시청권을 포함할지, 분담 주체의 확대 및 소비자 직접 부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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