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네마 도입 `VPF`에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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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09년까지 1000여개 상영관까지 확대될 계획이었던 디지털 시네마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25일 디시네마코리아·동영 등 디지털 시네마 상영 장비업체에 따르면 디지털파일상영비(VPF·Virtual Print fee) 협상, 배급망 독점 논란 등으로 애초 계획한 상영관 수 확보가 어렵게 됨에 따라 디지털 시네마 도입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장비업체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VPF 협상이다. 현재 배급사는 극장에 영화를 트는 조건으로 상영관 당 평균 200만원의 필름 복사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시네마가 도입되면 장비사업자는 장비를 극장에 설치하고 이에 대한 투자비를 VPF란 이름으로 배급사와 극장으로부터 회수하게 된다.

 하지만 이 비용을 놓고 배급사와 장비사업자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강진모 디시네마코리아 팀장은 “해외 배급사들과 협상이 본격화했는데 VPF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조건에서도 조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영화업계는 특정 업체가 장비 도입을 주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배급망이 독점될 것이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국내 극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합작사인 디시네마코리아의 독주를 경계하고 있다.

 이승태 영화제작가협회 산업협력팀장은 “지금처럼 특정 기업에 투자·배급이 몰리는 것보다는 다양한 업체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중소 극장들이 디지털 상영 장비를 위한 재투자를 꺼리는 것도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최백순 서울시극장협회 상무는 “극장주들이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당장 문을 닫을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재투자의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네마 도입이 늦어질 경우 국내 영화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왕호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전략팀 과장은 “현재 필름 상영관을 디지털로 전환할 경우 연간 243억원의 제작비가 절감돼 영화 제작을 위한 재투자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왕호 과장은 “미국의 할리우드의 7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디지털 시네마를 도입, 고화질·고음질로 차별화를 꾀하는 현실 역시 한국 영화 산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업계의 중지를 모으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연내 협의체를 구성해 5∼6회 정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시네마 도입을 앞두고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것”이고 밝혔다.

◆용어설명

‘디지털시네마’ 영화를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제작, 네트워크망으로 영화관에 전송한 뒤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방식이다. 고화질 영화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고 필름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