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가 국내에 들어선다고 한다. 세계적 기업용 SW 전문기업인 SAP가 25일 지식경제부·코트라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내 R&D센터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연구센터 설립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번 SAP의 R&D센터 유치는 외국기업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베스트코리아 등 관계 기관과 SAP 측의 협조로 이뤄진 것으로, 이명박정부의 외자유치 활동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SAP 측은 향후 2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비즈니스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등 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R&D에 필요한 인력은 국내에서 채용하며, 3년 내 인력을 53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SAP R&D센터의 국내 유치는 세계적인 기업용 SW 전문기업인 SAP가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으로, 향후 IT 분야 국제협력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IT 업계의 기대가 큰만큼 연구센터가 조기에 뿌리 내릴수 있도록 관계 당국과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SAP R&D센터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글로벌기업 R&D센터 실패 경험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유치를 정부의 전시성 행사로 악용하는 일은 가급적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권이 글로벌 기업의 생산 공장 또는 R&D센터를 유치해 놓고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아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고위 인사와 글로벌 기업의 임원이 악수나 하고 협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활동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동안 협약식만 요란스럽게 치르고 결국은 별 활동도 없이 철수해버린 사례를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협약식은 글로벌 기업 유치활동의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와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기술력이 결합해 명실상부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돼야만 글로벌 R&D센터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R&D센터를 단순히 테스트베드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글로벌 협력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SAP의 개발인력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전문인력들이 R&D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글로벌 연구센터의 성공에 중요한 동력이다. 글로벌 연구센터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데 장애 요인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 이른 시일 내에 해결방안을 마련해주고 세제 지원, 정책자금 지원 등도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원스톱 서비스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SAP 연구센터가 외국 기업 유치사례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체가 모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