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통신규제 완화의 `그늘`

[ET단상]통신규제 완화의 `그늘`

 온 국민의 경제 살리기 염원 속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 정책 방향의 핵심 키워드는 친기업 정책 그리고 규제완화다. 여기에는 기업이 비즈니스를 잘하게 해 고용 창출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에도 규제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요금 인가제 폐지, 재판매제도 도입을 조기에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 시장은 그동안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1위와 3위 사업자의 합병, 고효율의 800㎒ 주파수 독점 등으로 인해 구조적인 경쟁 불균형 상황을 초래해왔으며, 이를 개선해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정책이 시행돼왔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02년 독과점화 방지를 위한 망내할인 제도 폐지, 2004년 번호자원 브랜드화 방지 차원의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등으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도모해왔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장 경쟁 상황은 과연 개선됐을까. 통계에 의하면 선발사업자의 당기순이익 점유율은 2006년 69%에서 2007년에는 76%로 7% 올랐고,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이익 점유율은 2006년 39.7%에서 2007년에는 42%로 2.3% 상승했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실시한 2006년 이동통신 시장 경쟁 상황 평가에서도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제한성이 심각하게 제한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 지배력이 계속 강화된다는 것은 경쟁 사업자가 아무리 유사한 대응 상품을 출시해도 경쟁이 될 수 없는 그야말로 불공정 시장 환경이다. 망내할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선발사업자는 기존 가입자를 기반으로 망내할인 가입자의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입자 고착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공정경쟁 환경 기반 정착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며, 사업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현재의 경쟁 환경은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등 후발사업자에는 너무도 힘든 현실이지만, 일단 정부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 의지를 신뢰를 하고 지켜보아야 한다.

 정부 역시 임시방편적 대책이 아닌 800㎒ 주파수 조기 공정분배 등 구조적 불균형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방안을 좀 더 심도 있게 고찰해야 할 것이다.

 공정경쟁 환경 정착의 일환으로 바로 주파수 정책이 있다. 선발사업자의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800㎒ 주파수 독점 구조다. 따라서 기존 주파수 자원의 독점 상황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량 주파수 대역인 800㎒ 주파수를 사업자 간에 공정하게 분배해 공정경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규제완화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 이미 지난 2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기업 결합 시 공정거래위원회도 옛 정통부에 주파수 공정 분배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공정경쟁 환경이 마련된 이후에 새 정부가 추진하는 재판매제도나 인가제 폐지 등이 시행된다면 규제완화의 수혜자인 기업과 가계 모두 제대로 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규제 완화의 선행작업과 시행 시점 결정 등 규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은 먼저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규제에 관해 확실한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독점화되기 쉬운 통신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정책 발굴이 가능하다.

 섣부른 규제완화는 도리어 경쟁 활성화가 아닌 독점 경쟁 체계로 이어져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유석오 KTF 홍보실장 soryu@k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