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화권 경제통합 대응 전략 새로 짜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마 잉주 당선자가 중국과의 경제교류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IT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컴퓨터·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만의 IT제조기술과 세계의 공장임을 자부하고 있는 중국의 저임금 생산체계가 결합하면 글로벌 IT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만의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 등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한국의 IT산업을 위협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확산되면서 국내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마 잉주 총통 체제의 출범으로 양안 간 긴장관계가 크게 완화되면서 대만의 컨트리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당연히 대만 IT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그동안 대만 정부는 첨단 반도체 시설 등의 중국 내 이전 등에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장벽들이 하나둘씩 치워질 것으로 추측된다. 대만의 첨단 반도체 공장과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컴퓨터 등 분야로 점차 확산될 것이다.

 지금도 대만 기업들은 노트북PC·디스플레이·전자 부품 등 각종 전자제품을 자체 브랜드 또는 ODM방식으로 공급,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대만 IT기업들이 없다면 세계 IT산업의 기반이 한꺼번에 와해될 것이라는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 잉주 당선자는 3通(通商·通航·通郵) 확대 방침을 분명히 했으며 대만 IT기업들은 중국 진출을 향한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다. 대만 기업들은 현재 중국 본토에 1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중국 현지에 사는 대만인도 1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중국과 대만 간 교류 협력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최근 대만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만 반도체 업체 간 합종연횡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분야도 턱밑까지 쫓아왔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탁제조생산업체인 TSMC는 R&D 분야를 강화할 태세다. 여기에 중국의 저임금 생산체계까지 가세한다면 대만 IT업계로선 그야말로 날개를 단 꼴이다.

 국내 IT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정부와 IT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치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견고해지고 있는 범중화권 통합경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기 비전과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국내외 업체 간 제휴 및 협력 전략을 강화해 첨단 기술에 대한 리더십을 상실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첨단 기술 로드맵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R&D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제품 디자인 능력 향상,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체계 강화, 프리미엄 제품 전략 강화 등 대응책도 보다 치밀하게 짜야 한다. 점차 강화되고 있는 중화권 경제통합에 적극 대비해야만 우리 IT산업에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