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P2P,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보니 일간지에 실린 물 오른 버들강아지의 사진이 그리 낯설지 않아 보인다. 비록 춥고 길었던 겨울이라 해도 자연의 순환주기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양이다.

 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P2P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P2P 업체의 요즘 하루하루는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 속, 아직 봄은 멀고도 먼 꿈속의 계절인 듯 싶다.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진화하며 인터넷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던 P2P 기술이 산업화에 안착한 이래, 저작권 문제를 비롯한 갖가지 분쟁에 휩싸여 게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서로 견인하며 오늘날과 같은 이용자 편의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왔지만 P2P에서 저작권 운용에는 많은 제약이 있어 왔다. 정부도 앞장서 고삐를 점차 더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P2P 기술은 정보와 지식의 공유로써 세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인터넷 기본 가치를 가장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P2P 기술은 현재 법·제도 내에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바로 기술과 법·제도가 상충하는 부분이다. 바꾸어 말하면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를 모두 인명 살상용 흉기를 만드는 예비 범법자라는 구실로 잡아들일 수 없듯이 가장 이용자 편의에 부합하는 P2P 기술을 저작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정부와 저작권자가 모두 나서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저작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자세가 시급하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디지털 음악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특히 인터넷 다운로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총 29억달러(약 2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40% 신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전 세계 음반 시장에서 디지털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2%대에서 2007년에는 15% 선까지 높아졌다. 우리나라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도 미국·일본·영국에 이어 세계 4위에 이른다.

 그러나 디지털 음반 시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에 오프라인 CD 판매는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CD 판매가 부진해지자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부진 타개를 위해 여러 가지 복합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음반 제작사는 CD 판매 감소 원인을 단순히 불법 복제에 돌리고 있다. 국내 음반제작사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CD 판매 감소는 단순히 불법복제 외에 더 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은 지난 몇 년 동안 오프라인 CD 판매 감소세가 완만해짐을 보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4년을 기점으로 현재는 2004년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가요 시장을 견인할 만한 대형 스타와 트렌드 부재라는 공통적인 악재가 있었지만 특히 우리는 적은 인구로 인한 옅은 소비층과 전국이 단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돼 있는 열악한 환경이 더해져 음반 시장이 외부의 충격에 견디는 힘을 갖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음반시장의 최대 고객이었던 10대가 모바일과 게임에 빠지면서 구매력을 상실했고 다음으로는 싱글 대신 앨범만을 고집하며 선호도에서 뒤처지는 곡까지 한 앨범 안에 넣는 ‘끼워팔기 방식’을 고집해 음악 수요자의 시장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우리 음악계도 이제는 P2P와의 상생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음반 제작사와 P2P 업체의 반목과 소모적인 분쟁이 지속된다면 음악 산업과 P2P 산업 붕괴는 그 궤를 함께할 것이 자명하다. 앞서 말한 대로 이제라도 음반시장 회생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음악을 중심으로 P2P업체와 음반 제작사가 역지사지 자세로 음악 시장 회생에 나선다면 제2의 전성기, 제2의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추운 겨울 끝에는 봄이 있듯이 위기의 끝에는 기회가 있다.

 김준영 한국 P2P 협회장 kjy273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