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 어제 “소프트웨어(SW) 담당 공무원들은 조선소를 다녀오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이 각 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현실을 감안, 세계 1위 조선산업과 SW를 어떻게 결합하면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을지 보고 오라는 주문이다. 임 차관의 지적처럼 융합 시대를 맞아 IT와 기간산업 간의 적절한 결합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이를 반영, 이미 지경부는 지난달 중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동차·조선·건설·국방·의료의 5대 기간산업에 IT를 결합해 이들을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의 후속으로 지경부는 자동차 등 5대 주력산업과 IT 간 융합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신설 자금 760억원을 포함, 총 15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31개 국책 연구 과제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들 분야의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매년 2000억원씩 향후 5년간 1조원도 투입된다. 이들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면 자동차 분야는 지능형 자동차를 구현하는 통합제어 SW 등이 만들어져 국내 자동차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국방도 차세대 국방통신 SW가 개발돼 국방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전자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선박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 현재 세계 제일의 조선산업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또 신속·정확한 의료 영상 제공과 정밀한 로봇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개발돼 의료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데이터 전송까지 가능한 첨단 건물도 선보이게 된다.
이번 IT 융합 기술 개발은 IT를 확산시켜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IT기반 융합 신산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사업 추진에 많은 애로와 장애가 예상된다. 하지만 제대로 성공시키면 산업화와 정보화에 이어 다시 한번 우리 국력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들 사업은 기필코 성공적으로 완수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행동 계획이 요구된다. 마침 지경부는 체계적인 IT 융합 기술 개발을 위해 산업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술기획위원회를 만들어 IT 융합 기술 개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연내 제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기술위원회와 별도로 기간산업 전문가와 IT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럼도 결성한다고 하니 어떤 결과물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한 가지 지적하자면, 앞으로 이들 기술위원회와 포럼이 연구하는 IT 융합 기술이 5대 기간산업에만 한정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섬유나 신발 산업 등도 IT와 만나면 충분히 고부가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유례 없는 IT 융합 기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차세대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우리 국력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