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기업·학교 등 사회 전 분야에 개혁하고 변해야 할 방향 중 하나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키워드를 즐겨 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계획에는 언어의 국제화, 외국인과의 교류 심화 등이 포함된다. 이 현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지난 1월 인수위가 발표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영어몰입교육이었다.
사실 영어심화교육 문제는 대학사회에서도 최근 몇 년간 큰 이슈 중 하나로 부각돼 왔다. 신임 교수가 부임하면 의무적으로 영어강의를 해야 한다든지, 영어로 진행하는 전공과목 강의료를 우리말의 1.5배 또는 2배를 준다든지, 영어강의 비율이 높을수록 정부 사업에서 높게 평가해 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영어교육에 역점을 두도록 유도돼 왔다.
또 다른 국제화 수준 평가로 유학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해 지도하고 있는지 하는 것도 한 지표로 지적된다. 이 제도에 의해 상당수의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일본에서 학부부터 박사까지 10년 동안 있으면서 배운 일본어 솜씨로 대중 앞에서 강의를 한다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70% 정도를 전달할 수 있을지 말지 한다. 일본어에 비해 우리에게는 훨씬 어렵다고 알려진 영어로 강의한다면, 설사 언어에 소질이 많은 사람이라 해도 70% 정도면 상당히 잘하는 편에 속할 것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의 영어 알아듣기 수준이 좋은 편이어서 70% 정도라고 가정해 보면 결국 본래의 강의 내용은 70×70%, 즉 49%가량만이 학생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유학생 유치 이유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과 교류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잘 알고 융화돼 귀국 후에도 지한파 인재로 활용할 수 있게 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아예 우리나라의 고급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자 함이었을 텐데, 결과는 우리말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하고, 지한파도 되지 못한 채 귀국하거나, 우리나라를 미국 유학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유학생의 폐단을 종종 보고 있다.
선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영어몰입교육 등 영어교육의 활성화가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이유가 된다면, 초·중·고가 아닌 대학에 들어온 후에 일정기간 영어에 몰입할 수 있는 영어 마을 등에 입주시켜 영어 듣기 능력을 계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영어 마을은 대규모로 정부나 지자체가 건설하고, 원어민을 포함한 실력 좋은 영어 전문가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영어 몰입교육 환경을 구축해 주도록 하면 된다. 대학은 졸업 요건에 이 과정을 수료하도록 유도하고, 반면에 전공과목 강의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말로 강의를 실시, 본연의 교육이 되게 해야 한다. 질 좋은 유학생의 국내 유치 첫 번째 동인은 대폭적인 장학금 혜택이다. 이 장학금은 정해진 수준 이상의 한국어 실력을 갖춘 학생에게만 한정돼야 한다. 각 부처에서 부족한 예산으로 유학생 수 불리기에 노력하는 것보다 흩어져 있는 정부 예산을 하나로 모아 능력 있는 유학생의 한국 정착까지를 생각하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유학생 유치 정책을 펴,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장학금의 효용가치를 높여야 한다. 지금은 맹목적 ‘글로벌라이제이션’보다 그 나라의 특성과 환경에 맞게 ‘로컬라이제이션’을 접목한 ‘글로컬라이제이션’적인 문제해결 접근방법이 새 정부의 정책 수립에 참고돼야 할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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