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결국은 사람이다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다고 했을 때 나는 시큰둥했다. 확장성이 적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무엇에 그리도 끌렸던 걸까.

 얼마 전 한 대기업이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픈마켓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들은 뭔가가 다름을 표방했지만 현재 시장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별 상관없을 것 같은 두 가지 이슈에서 찾아낸 공통점은 다름아닌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였다. 실제로 만져본 아이폰은 한마디로 손맛이 있었다. 휙휙 지나가는 메뉴와 손가락 두 개를 사용한 터치로 기기를 다루는 재미가 극대화됐다. 앞서 언급한 쇼핑몰은 아이디어를 총동원했지만 쇼핑속도와 가격이라는 핵심을 짚어내지 못해서 재미가 없다.

 KT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상당히 무겁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명확하고 직관적인 기술보다 주관적이고 너무나도 다양한 그 무엇을 상대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다른 산업은 기술이 바탕이 되는 가운데 고객 요구를 충족하지만 최근의 IT 분야는 고객의 요구에 우선해서 기술이 맞춰가는 구조가 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타 산업분야에 비해 발전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던 탓이기도 하다.

 더 재미있고 감성적으로 돼야 한다는 사실은 결국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방향의 결론을 이끈다. 우리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지고 무수한 도트를 보고 있지만 그 너머에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KT에서도 민영화 3기를 맞이해 고객의 가치를 혁신하자는 데 기조를 두고 있다. 모니터 너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고객에게 어떤 편의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문화가 확산돼 가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접하고 새로운 시장을 접할 때마다 사용자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이걸 사용하게 되는 누군가는 누굴까, 왜 사용할까, 어떻게 사용할까, 그는 무엇을 원할까.

답은, 결국은 사람이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