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하이닉스반도체가 낸드플래시메모리 감산에 나서면서 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바로 주체가 업계 1위와 2위 업계이기 때문이다. D램 가격 인상 카드는 엘피다가 먼저 들었지만 실질적인 임팩트는 시장점유율 30%의 삼성전자가 월등하다.
◇한계상황 왔나=업계는 하이닉스와 함께 최고의 수율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행보를 주목했다. 작년 4분기에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삼성전자도 가격 폭락이라는 뭇매에 체력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것. 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이 올 1분기에는 흑자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4분에 18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1분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적자가 기정사실로 했다.
가격폭락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우식 부사장의 D램 가격인상 발언은) 2분기 이후 반도체 시황이 호전돼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갈 것이라는 분위기를 두고 말한 것”이며 “현재로선 가격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메모리 가격반등 시기 빨라지나= 점유율 세계 1위 업체가 가격 견인에 나서고 여기에 2, 3위 업체들이 움직이면 후발 업체들도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 반등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삼성전자가 전면에 나서면서 D램 가격은 소폭이나마 상승될 것으로 관측됐다. 반등 시기가 다소 빨리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더욱이 하이닉스가 사실상 낸드플래시메모리 감산에 나섬으로써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60% 이상 폭락한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은 회복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수요업체와 공급업 체간 협상이 관건= 결국 메모리 가격 반등은 메모리 공급업체와 수요업체 간 협상에 달렸다. 치열한 눈치싸움과 전략 대결 양상을 띨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체들이 고정거래선을 상대로 한 가격협상에서 가격을 다소 올려받기는 했지만 (삼성전자가) 대외적으로 가격 인상 발언을 한 것은 세트업체에 대한 공개협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통상 한 달에 두 차례의 가격협상이 이뤄지지만 지금처럼 공급업체가 공개적으로 가격을 인상 카드를 빼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을 미리 예측하고 현물시장도 이용하는 등) 다각도로 위험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D램이) 부족하다면 전략적인 협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엘피다처럼 20%를 인상하겠다는 것을 100%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당장 D램 공급이 넘치지만 앞으로 부족해질 수 있겠다는 판단만 든다면 가격은 반등한다. 삼성 고위 임원의 발언과 하이닉스의 감산 소식은 바로 이러한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