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정치판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후원금을 유치하는 등 웹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데모크라시(Democracy)’를 넘어 ‘클릭코크라시(Clickocracy)’의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인터넷이 ‘참여정치’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후원금 기부도 클릭 세 번으로 ‘척척’=과거에는 후원금을 내려면 모금행사에 참석하거나 수표를 작성해서 우편발송을 해야만 했다. 지금은 정치인 웹사이트에 들러 ‘기부(donate)’ 버튼과 ‘전송(submit)’ 버튼만 누르면 끝이다.
민주당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온라인 모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봤다. 전체 후원금 1억9300만달러의 60%인 1억1200만달러를 온라인에서 확보했다. 온라인 모금분의 90%가 100달러 미만의 소액 후원이었다는 사실은 인터넷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초선의원인 오바마 후보가 막강한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해 볼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인터넷이 정치의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고 있다.
◇찍히면 죽는다=지난해 1월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는 인터넷에서 호되게 당했다. 낙태와 동성애자를 찬성하던 과거 발언모습이 ‘진짜 롬니?(The Real Romney?)’라는 5분짜리 동영상에 담겨 유튜브에 오른 것.
사태 발생 10시간도 안 돼 현재의 변화된 입장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며 대응했지만 과거 발언 동영상은 이미 180개로 번식한 후였다. 막 대선출마를 선언한 미트 롬니의 이미지 관리에 치명적이었음은 물론이다.
오바마도 최근 종교적 스승인 제러미야 라이트 목사가 ‘갓 댐 아메리카(저주받을 미국)’라는 표현과 함께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한 동영상이 퍼져 곤혹스럽다. 유튜브에서 스타가 된 오바마가 이번엔 역풍을 맞은 셈이다.
◇모두가 배우이자 관객인 시대로=아직은 인터넷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추어들의 숭배(The Cult of the Amateur)’의 저자 앤드류 킨은 “인터넷의 역할은 과장되고 개인 감정에 치우친 것”이라며 “인터넷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면 인터넷 스타 론 폴이 존 매케인을 제치고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을 것”이라고 폄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앤드류 킨은 ‘소수 의견’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TV나 신문 같은 전통 미디어의 도움 없이 인터넷이 독자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적어도 기존 정치판에서 통했던 자본과 권력의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캐슬린 홀 재미슨 교수는 “과거 정치판의 경우 입후보자가 배우가 되고 유권자가 관객이 되는 형태였다면 양방향과 개방성이 특징인 인터넷의 등장으로 모두가 배우이자 관객이 되는 새롭고 바람직한 정치 환경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