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정신없이 바쁜 인터넷 업계에서 한 달에 두어 번씩 있는 지방출장은 꽤나 낯선 상황이다. 양반 동네라는 충청도나 산맥 넘는 강원도는 그나마 근교에 속한다. 제법 멀긴 하지만 복사꽃 만개한 섬진강도 다녀왔고, 다음주에는 자장면 시키신 분 소리치던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 갈 예정이다. 모두 회사에서 진행하는 마을 도서관 지원 사업 덕분이다. 지난 2005년 11월부터 전국 산간 지역의 초등학교에 2500∼3000권의 도서를 지원하고, 이를 개방해 마을도서관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는 11일에는 마라도에 59번째 도서관이 개관한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 덕분에 지리적 여건 및 빈부 차이, 부모님의 교육 정도, 가계소득과 무관하게 동시간에 같은 정보를 탐색하게 되므로 정보의 평등화가 어느 정도 실현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색의 깊이에 대한 아쉬움이 들 때 책은 여전히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지식의 보고이자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책을 통한 정보의 습득 수준은 지역적으로 상대적인 격차가 많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네이버는 책을 통한 지식 평등화의 일환으로 시골학교에 마을도서관을 만들어주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낡은 도서관을 바꿔놓은 새 책과, 책을 가득 실은 책버스에 열광하는 아이들 이상으로 마음 한구석에 늘 좋은 책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선생님과 동네 어르신의 따뜻한 감사인사를 받는 것은 항상 반갑고 민망하다.
2년여 동안 60개에 달하는 초등학교 도서관에 어른들, 아이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새 책이 들어오고 아이들이 하교할 때 부모님이 읽을 책을 대출하기도 하고, 가족이 손잡고 저녁 무렵에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공교육의 중심인 학교의 신뢰가 높아지고 예전의 사랑방처럼 학교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생긴다.
오프라인 삶의 현상들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 놓았듯이, 인터넷 기반의 회사가 다시 오프라인 속으로 들어가 커뮤니티를 가꾸어내는 것이다. 또 그래야만 오프라인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다시 온라인으로 들어와 지식iN에 좋은 답변도 달아주고, 건전한 지식을 나눌 것 아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자극을 주고 교감하니 참 즐겁고도 재미있는 일이다.
말없이 존재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한 힘을 가진 책, 책으로 온오프 구분 없이 세상이 무럭무럭 잘 자라나길 기대한다.
김선옥 NHN 사회공헌팀장 seonogie@nhn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