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부문의 설비투자가 지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를 한 데 이어 올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은행이 3일 39개 업종 3598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했더니 지난해보다 11.2%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IT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보다 3.4%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IT투자는 지난 2004년 7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이후 2005년(-3.6%), 2006년(-5.9%), 2007년(-3.0%) 3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도 -3.4% 뒷걸음칠 것이라는 예상치가 나온 것이다.
이는 IT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혁신의 도구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매우 우려할 만하다. 얼마 전 해외 은행을 방문하고 온 한 은행장은 “외국 은행은 우리와 달리 IT를 적극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네트워크로 대변되는 IT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비용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은행장 지적처럼 IT를 도입해 재고를 줄이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간과한 채 IT를 비용 요소만 보고 이의 예산을 줄이는 것은 기업과 국가경쟁력 향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이웃나라 일본은 IT투자가 2004년 8.4% 증가 이후 우리와 달리 최근 3년까지 3∼15% 늘었다고 한다. IT의 진정한 가치를 우리보다 일본이 앞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정부 출범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투자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시점이다. 어제만 해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 계획이 지난해보다 23% 많은 9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소개됐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설비 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IT 분야만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IT가 혁신의 도구로 인식되기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코스트센터라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IT를 총괄하고 있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IT효용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임원(CFO)에게 알려야 한다. 또 IT가 현업의 업무를 개선시키는 도구임을 실제로 증명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같은 IT의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IT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은 사업 자체가 위축된 탓도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간판 상품이자 대규모 IT투자를 수행하는 반도체 산업은 공급 과잉으로 IT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혁신의 도구인 IT에 더욱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높여 갈수록 파고가 거세지는 세계시장을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