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새 시대, 새로운 통신환경을 기대하며

[u미디어포럼]새 시대, 새로운 통신환경을 기대하며

 최호 온세텔레콤 사장 heewoo11@onsetel.co.kr

 

 방송과 통신산업의 융합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 정부가 설립한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점 휴업 상태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과 방송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와 해체된 정보통신부의 일부가 합쳐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런데 이처럼 새 정부가 야심차게 기획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직 정비가 지연되면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산적해 있는 현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최근 통신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 역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공백과 함께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MVNO 서비스란 이동통신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고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망을 빌려 쓰지만 독자적인 브랜드, 마케팅, 빌링시스템, 데이터시스템 등을 가지고 자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MVNO 서비스가 시작되면 현재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사의 경쟁을 촉진해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MVNO 사업자는 설비에 투자하지 않고 기존 망을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MNO 사업자에 비해 낮은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다.

 하지만 재판매 활성화, 요금 인가제 폐지 등 MVNO 추진을 위한 정책 규정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17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법안이 사실상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다음 국회가 열리면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온세텔레콤뿐만 아니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중소통신사업자연합회·은행연합회 등 많은 사업자가 저마다 MVNO 사업에 참여하려는 당위성과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MVNO사업 사례를 살펴보면 자기회사의 강점만을 토대로 MVNO 사업에 진출했던 수많은 기업이 통신에 대한 이해와 경험부족, MNO 사업자의 비협조, 통신원가의 산정 방법의 모순 등으로 제대로 사업영위를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사회 공익이나 국가 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사업 분야다. 따라서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사업자가 아닌, 통신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있는 사업자가 MVNO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MVNO의 갈 길은 멀다. 이 중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면 우선, 지배적 사업자의 재판매 의무화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두 번째로 이동통신망사업자(MNO)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망을 임대하는 것이 MVNO 사업 운영의 필수적인 요소기 때문에 MNO 사업자와 MVNO 사업자가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셋째로 MVNO 정착을 위해 망 운용 산정, 통신원가 산정의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망 이용 대가를 결정하는 방식에는 코스트-플러스 방식과 리테일-마이너스 방식이 있는데, 각자 장단점이 있겠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요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코스트-플러스 방식이 더욱 나은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넷째 기존 MNO 사업자들의 관계사 등을 통한 MVNO 사업 진출을 막아야 한다. 결국 명목상으로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지만, 타 MVNO 사업자의 진출을 방해하거나 설령 생겼다 하더라도 경쟁을 무력화시켜 도태하게 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미국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동전화 월평균 요금만을 단순 비교했을 때 미국보다 14% 정도 싸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경제 수준이 훨씬 높은 선진국과 요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민 소득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통신비는 아직도 비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신비의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하루빨리 MVNO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성공적인 MVNO 정착을 위해 법과 제도가 시급히 정비돼 소비자 경제 및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