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vs 주니퍼 "테라급 라우터 양보 못해"

 시스코와 주니퍼간 물고 물리는 테라급 라우터 공급 경쟁이 한창이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다. 특히 라우터로 시작된 두 회사의 대결은 기술은 물론 회사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니퍼네트웍스가 하나로텔레콤의 부산지역 백본용 노드에 테라급 라우터인 ‘T640’ 제품 2대를 공급, 현재 설치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하나로텔레콤에 일부 보안제품을 공급하기는 했지만, 네트워크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스코의 하나로텔레콤 독점현상을 주니퍼가 네트워크 기술력의 결정체인 테라급 라우터로 깨트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8년째 이어지는 테라급 경쟁의 재점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1년 주니퍼의 ‘화려한 등장’=첫 정면 승부는 2001년 벌어졌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이 집중되는 KT의 구로, 혜화 2곳의 코넷센터의 코어에 있던 시스코의 라우터를 주니퍼의 T640이 차지하게 됐다. 640기가바이트 제품으로 실제 테라급은 아니었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준테라급으로 인정하는 제품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생 라우터업체인 주니퍼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 업체로 입지를 확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시스코는 큰 충격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시스코의 ‘권토중래’=무섭게 성장하던 주니퍼에 제동을 건 것은 1.2테라바이트 제품인 ‘CRS-1’. 2006년 이 제품을 통해 시스코는 주니퍼에 빼앗겼던 구로, 혜화 코넷센터 백본을 되찾았다.

 CRS-1은 모듈, 스위칭 패브릭, 운영체계(OS)까지 모두 바꾼 제품으로 시스코의 자존심이 걸린 제품이었다.

이후 시스코는 다크호스로 등장한 주니퍼와 다른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08년 시스코vs주니퍼 ‘2라운드’=하나로텔레콤에 T640을 납품, 전열을 가다듬은 주니퍼가 지난해 말 1.6테라바이트의 ‘T1600’을 선보였다. T640의 스위칭 패브릭만 교체,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신제품이면서도 기존 제품의 안정성을 그대로 가져간 제품이다.

 시스코의 CRS-1과 본격적인 테라급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재역전에 성공한 시스코를 주니퍼가 다시 따라 붙는 형국”이라며 “테라급 라우터는 두 회사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의 결정체로 안정성 문제 등 앞으로도 다양한 이슈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