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할인점은 번창하는데 "비교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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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자전문 유통 체인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월마트·코스트코홀세일 등 종합 할인점들이 중저가 평판TV와 휴대폰 판매 코너를 확대해 본격 공세에 나서면서 입지가 줄어든데다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과 수익이 급락하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2년 무이자 할부 판매, 최저 가격 보상제 등 이른바 ‘깎아주기’ 정책도 도입했다. 실적 부진에 주주들로부터 경영진 교체 압박을 받는 등 말 그대로 ‘시련의 계절’이다.

 ◇할인점에 ‘치이고…’=미국 소비자들의 전자제품 구매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나 서킷시티 등 전자전문점을 찾는 게 아니라 월마트·코스트코홀세일 등 인근 할인점이나 아마존 등 아예 값싸게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추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서플라이가 최근 미국내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전자제품 구매 행태를 조사한 결과, 할인점에서 구매한다고 답한 수가 전체의 23%에 이르렀다. 인터넷쇼핑몰도 18%에 이르렀다. 반면 전자전문 체인점의 비중은 40%로 떨어졌다.

 조사 대상자 중 연봉 10만∼14만9000달러에 달하는 고소득층의 63.1%도 TV 등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첫 번째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답했다. 싼 값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이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줄어든 매출에 인력 ‘줄이고…’=서킷시티의 지분 6.5%를 갖고 있는 주주사 대표 마크 J. 워틀스는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수노버를 해임하고 이사진을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서킷시티는 지속되는 부진에 지난 한해동안 30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원한 바 있다.

 워틀스는 “경쟁사에 비해 형편없는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경영진들의 무능 때문”이라며 “새 경영진들을 통해 경영 개선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낮은 매장들은 과감하게 문을 닫는 대신, 이동통신 코너를 늘리는 등 매장을 대대적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보여왔던 베스트바이도 4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발표, 관련 업계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 기간동안 총 매출은 134억달러로 최근 9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연말까지 이어지는 최대 쇼핑시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판TV의 판매 주도권을 할인점에 빼앗긴 탓으로 분석했다. 그나마 MP3플레이어·DVD플레이어 판매가 나머지 매출을 보전해줬다.

 ◇제 살 깎기 경쟁 나서나=최근 서킷시티는 2010년까지 2년간 무이자 할부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저가 판매 보상제도 마련했다. 같은 물건을 서킷시티보다 싸게 파는 매장을 발견하면 차액의 10%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베스트바이나 월마트 등 다른 유통점들도 유사한 판매 장려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정찰제를 무색케하는 ‘현장 흥정’도 등장했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바커 애널리스트는 “최대 쇼핑시즌에도 이익을 못낸 상황이라는 점이 향후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