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보증받았어? 그럼 이번에는 기보에 가봐. 또 보증받을 수 있을 거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 양대 신용보증기관(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을 이용하는 중소·벤처업계 CEO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었던 대화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양 기관의 완벽한 공조를 통해 사실상 중복보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복보증비율 5%↓=코딧(신보)과 기보의 중복보증 업체 비율(이하 코딧 기준)이 작년 말 기준으로 5% 벽이 무너졌다. 2005년 말 10.9%까지 올라갔던 비율이 2006년 말 6.6%로 축소된 데 이어 지난해 말 4.7%까지 낮아졌다. 보증규모 기준으로도 2005년 말에는 26.2%까지 높았으나 2006년 말에는 12.1% 그리고 지난해에는 8.1%로 10%대 이하로 내려갔다.
양 기관에 따르면 현재 신규 중복보증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도영 코딧 대외협력팀장은 “특이한 경우로 저희만 갖고 있는 보증상품에 신청한 기업에 한해서만 중복보증을 허용한다”면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중복보증 업체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 기관 공조 결과=중복보증이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양 기관이 업무영역을 분할하고 이를 철저히 이행한 결과다. 코딧과 기보는 지난 2005년 ‘보증업무 특화 및 중복보증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이전까지만 해도 경쟁적으로 요건만 되면 상대기관 지원 여부를 떠나 보증지원을 했으나 이후에는 바뀌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코딧은 혁신형·창업·수출·영세소기업 그리고 시설자금지원 전문 보증기관으로, 기보는 벤처·이노비즈 등 기술혁신형기업 전문기관으로 특화했다. 또한 한 기관의 보증금액이 70% 이상인 경우 그곳이 전담하는 ‘주거래 보증기관제’를 도입했다.
◇통폐합 ‘이제는 걱정 없다’=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되는 것이 양 기관 통폐합 문제다. 정부 기금 가운데 대표적으로 유사·중복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최근 기획재정부가 정부산하 기금의 운용평가에 들어간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양 기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용환 기보 이사는 “전담영역을 나눈 후 2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서 “(통폐합 논의와 관련) 중복문제는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의 기금존치 평가결과 코딧과 기보는 각각 ‘존치’와 ‘조건부 존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기보에 대해 기술평가보증기관으로 특화하면 존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기보의 기술평가보증비율은 2005년 22.1%에서 2006·2007년 각각 35.2%와 54.0%로 급증했으며 올해 목표는 65%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신보·기보 중복보증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