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경제협력에 대한 북한의 인식

[통일포럼]경제협력에 대한 북한의 인식

북한 내부의 변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민경련·민화협의 내부 변화가 심상치 않다. 우리 언론과 대북 지원단체를 통해 나타난 북한의 내부 변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중국에 있던 민경련 대표부의 대표들이 소환됐고, 민경련 수뇌부도 사업부진 문책성 인사로 경질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런 변화가 중요하게 보이는 것은 북한이 대남 사업을 두고 전반적인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북한 변화의 가장 중심에 있는 민경련은 지난 10여년간 대남 경제협력사업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남측과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 뇌물 수수 여부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됐고 이에 문책성 인사가 뒤따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북한이 지난 10여년간 대남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남북경제협력 사업은 경협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그 과정이 규정되고 있었다. 지금도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아니지만, 개성공단 사업에서 볼 수 있듯 지금은 경제 논리가 의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하고 북한과 진행하고 있는 경제협력 사업은 아직까지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특히 남쪽에서 경협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기업인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북한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 사업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지원과 병행시킴으로써 투자 비용을 높이고 비효율을 유발, 경협 진행 시 많은 부대 비용이 발생하는 낙후한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 변화는 이러한 경제협력 형태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갖게 된다. 기대감은 경협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왜 경협이 발전하지 못하는지 북한이 내부 문제를 돌아보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남한 기업들이 왜 북한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지 내부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보다 좀더 좋은 여건을 내놓을 정도의 북한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이 문제를 해결하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귀결되지 않을지 하는 점이다. 북한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 해결 방안으로 내부적인 정신교육을 강화하거나 주체사상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내부적인 단결과 결속을 통해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는 사상교육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경협도 더 위축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북한의 변화가 아직 진행 중이며, 우리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총선이 끝나면 남북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적 지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랜 경험에서 보자면 지금의 북한 변화는 이전까지보다 좀 더 본질적인 고민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보이며, 이에 따라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매우 흥미롭다.

 유완영/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