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우생순’과 다윗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는 영화가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다.

주변의 무관심과 냉대를 극복하고 아테네 올림픽에서 투혼으로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그린 영화다.

야구나 축구가 아닌, 이른바 비인기 종목 선수가 되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은 “선수 하면 밥 못 먹는다”며 반대한다고 한다. 아마 핸드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케이블TV로 이직을 결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말은 앞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즘 IPTV에다 지상파방송 힘이 얼마나 센데” “‘사양산업’인 케이블TV에 뭐 하러 가냐?” 등등. 사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IPTV나 지상파방송 등에 비하면 케이블TV는 규모도 작고 주변의 관심도 적다. 전국 SO의 매출액을 합쳐봐야 KT가 올 한 해 시설에 투자하는 금액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전국 14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100만 가입자를 넘어선 디지털 케이블TV와 인터넷 전화(VoIP)와 초고속 인터넷 등을 묶은 결합상품(TPS)까지 선보이며 통신업계와 전면적인 경쟁을 선언한 케이블TV에 희망은 있다.

규모가 작은 대신 의사소통이 활발하다는 장점이 있고 지역 위주의 제한된 권역이라는 약점은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케이블TV 특성상,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아우를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으로 생각을 바꾸면 그만이다. 전국이 사업권역인 타 매체는 감히 시도도 할 수 없는 케이블 방송만의 장점인 것이다.

다윗이 덩치 큰 골리앗을 제압했을 때, 어느 누구도 다윗이 이길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윗은 ‘내가 상대방보다 덩치가 작아서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보다 ‘덩치가 작은만큼, 발빠른 순발력을 동원하면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IPTV라는 골리앗을 맞은 지금, 어느 누구도 케이블TV가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다윗은 보기좋게 골리앗을 쓰러뜨린 역사 속의 인물로 기록됐고,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은 주변의 냉대에 보란 듯이 국제대회에서 굴지의 성적을 올리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케이블TV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다윗이 가졌던 발상의 전환을, 핸드볼 선수들이 가졌던 열정과 노력을 케이블TV 업계가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신영 CJ케이블넷 대리 michiko11@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