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U의 반도체 상계관세 철폐

 유럽연합(EU)이 7일(현지시각) 32.9%에 이르는 하이닉스 D램의 상계관세를 철폐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하이닉스는 200만달러가 넘는 초과 납부금을 돌려받게 됐으며 유럽 지역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세계 2위 D램 업체인 하이닉스는 지난 2003년 4월부터 5년간 부과된 EU 상계관세로 이 지역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로 상계관세가 부과되기 전 하이닉스의 EU 시장 점유율은 16%였지만 관세 부과 후에는 12%로 4%포인트나 줄었다. 반면에 EU 지역 내 대표적 반도체업체인 독일 키몬다는 2001년 10.6%에서 2006년 20.1%로 하이닉스가 상계관세로 고전하고 있는 틈을 타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이제 하이닉스는 상계관세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으니 하루빨리 마케팅 전략을 재조정해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 D램 시장은 가격 폭락으로 너나없이 치킨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D램 업체들의 경영 수지에는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하이닉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4분기 3000억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더구나 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어 더욱 타격이 크다. 이런 참에 이번 EU의 결정은 모바일 D램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하이닉스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실 이번 EU 결정은 지난해 11월 말 내려진 세계무역기구(WTO)의 D램 분쟁 판결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WTO는 일본 정부의 대 하이닉스 상계관세에 대해 혐의 없다고 판정, 하이닉스가 일본 정부와 1년 넘게 끌어온 D램 분쟁에서 하이닉스 손을 들어주었다.

 특히 이번 EU 결정은 하이닉스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나라 중 최초로 상계관세를 완전히 철폐한 것으로, 남아 있는 미국과 일본의 상계관세 분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03년과 2006년 하이닉스 D램에 대해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 이중 미국은 3차 연례 재심 최종 판정에서 관세율을 대폭 인하한 바 있으며 일본은 지난해 내려진 WTO의 무혐의 조치를 이행하는 중이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물품에 기본 관세 외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상계관세는 반덩핌 관세보다 이용 빈도는 낮지만 해당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과거에는 화학 및 철강 제품이 부과 대상이었지만 최근 몇 년 새에는 반도체가 주로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1, 2위 D램 업체를 가지고 있는 우리 반도체에 대한 세계의 견제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번과 같은 상계관세 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경험이 우리 반도체업체들을 더욱 강하게 하는 약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