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IT정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어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윤종용 한국전자산업진흥회장을 비롯한 주요 IT업계 대표와 정책토론회를 갖고 새 정부의 IT정책인 이른바 ‘뉴IT’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지경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반도체·전자의료기기·디스플레이·이동통신 같은 분야별 토론회도 릴레이로 개최, 오는 6월 말까지 새로운 IT발전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지난 정부 때의 IT정책인 ‘839’는 서비스와 인프라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서비스와 인프라 대신 IT를 활용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IT의 산업화 대신 산업의 IT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최근 발표된 자동차·조선·국방·건설·의료의 5대 전통산업과 IT 간 융합이다.
IT가 단순히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도구로 떠오른 마당에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추진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새로운 IT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이번과 같은 토론회를 열어 업계의 실상을 파악하고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정부와 IT업계가 현안을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이 같은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뉴IT정책을 수립할 때 기한에 너무 매달리지지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고민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뉴IT’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확실한 먹거리가 돼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 3만∼4만달러 달성의 견인차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석 달여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새 정책을 완성하려다 보면 세부 전략 마련에 실패할 수도 있다.
무릇 전략은 치밀하고 세밀해야 한다. 그래야 시행 착오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전자회관 준공식 직후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는 22조5000억원에 이르는 IT업계의 올해 투자계획과 연구개발(R&D) 투자의 조세감면 확대 건의도 있었다. 이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IT·전자 업계가 투자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IT업계가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도 이날 행사에서 건의된 R&D 투자의 세금 감면 확대 등을 조속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R&D 세제 혜택은 캐나다·일본 같은 선진국보다 못한 실정이다. 캐나다는 R&D 총 투자의 20%에 그리고 일본은 10∼15%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4년 평균 투자액 중 이를 초과한 부분의 40%만 세액 공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이들 나라보다 감면액이 낮다. R&D 세액 공제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관련 부처는 이 문제만이라도 신속히 처리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