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신정부 출범과 함께 옛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지식경제부라는 한지붕 밑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IT산업정책이 두 부처로 나뉘어 추진되다 보니 정책의 비효율과 업무중복이 발생했다. 기업은 기업대로 양 부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과 한두 달 전의 일이다.
특히 IT산업의 융·복합화가 가속됨에 따라 부처 간 업무중복과 갈등도 심해졌다. 옛 산자·정통부 체제로는 새로운 융합시대의 IT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말 ‘산자·정통, 로봇 갈등 심화’라는 기사로 연일 보도된 로봇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양 부처 간 신경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능형 로봇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로봇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했지만 산자·정통부 간 해묵은 주도권 싸움은 특별법 제정을 몇 개월째 표류하게 했다. 산업진흥을 이끌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이렇게 IT산업을 둘러싸고 양 부처 간 소모전을 벌이는 동안에도 세계 IT산업 환경은 변화와 진보를 계속했다.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며 갖가지 기능이 융복합된 IT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EU는 신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를 앞세워 “등록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시장은 없다”며 전자제품의 유해화학물질 규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또 전염병처럼 확산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온실 속 산업은 더는 발 붙일 곳이 없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오늘날 IT산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이다.
기업은 지금도 ‘한순간의 방심=시장 퇴출’이라는 위협이 도사린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눈에 IT산업의 미래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기업을 이끌어 줘야 할 정부가 부처 간 경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지식경제부의 탄생은 국민과 기업에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겸허한 자기반성과 만시지탄의 산고를 겪고 나온 정부조직개편의 산물이다. 따라서 옛 정통부와 산자부의 통합은 ‘1+1=2’가 되는 물리적 통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융합의 시대’에 맞게 양 부처의 강점이 모여 새로운 시너지가 창출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식경제부에 맡겨진 소명은 자명해졌다. 통합과 융합의 시대정신을 담아 우리 IT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Citus:신산업은 더 빠르게’ ‘Latus:IT산업은 더 넓게’ ‘Fortis:주력산업은 더 강하게’라는 큰 틀의 정책방향 아래 새로운 미래 성장엔진을 창출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견인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IT 간 융·복합화로써 성장한계에 직면한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IT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둘째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IT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콘텐츠 등 지식기반 기술을 접목해 IT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신성장동력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
셋째, 유통·물류·생산공정 등과 IT가 융합된 e비즈니스, 전자태그(RFID), e로지스틱스 등 새로운 지식서비스산업을 창출해 물류 체계를 혁신하고 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지능형 로봇, 차세대 의료기기, LED조명 등 신산업군도 적극 발굴·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들 신산업의 초기 시장수요 창출·표준화·제도적 기반 마련에 역점을 두고 조기 산업화 정책을 추진한다.
지식경제부는 이제 옛 산자·정통부를 넘어 ‘뉴 IT 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21세기 한국경제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 창출을 위한 지식경제부의 도전에 국민과 기업의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기대한다.
이창한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chlee01@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