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개성공단 2단계 개발의 필요성

[통일포럼]개성공단 2단계 개발의 필요성

오백 년 고려 성도에서 개성공단의 착공을 알리는 축포가 울려 퍼진 지 어언 5년이 됐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시범사업에 이어 1단계 개발이 마무리돼 본 단지 분양도 완료됐다. 현재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은 70개에 이르며, 200여개 업체가 입주를 진행하고 있다. 북측 근로자가 2만명을 돌파한 지 오래다. 경영여건 악화로 국내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뿐 아니라 ‘차이나 리스크’로 탈(脫)중국을 모색하고 있는 기업마저 개성공단 문을 노크하고 있다. 남북관계 냉기류에도 개성공단은 흔들림 없다. 이제 본격적인 개성공단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2단계 개발을 착수한다거나 나들섬 조성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개성공단 미래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 개성공단이 1단계 사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성공적 남북경협 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단계까지는 개발돼야 한다. 본 단지 분양 경쟁률에서 나타났듯이 공장 확보와 인건비 부담 등으로 경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개성공단이 확대 개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개성공단 2단계가 진행돼야 다양한 후방 공급업체들이 입주할 수 있고, 그래야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공단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660㎡ 정도의 크기와 입주기업 700∼800개 정도의 공단이 돼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개성공단 사업이 확대되지 않으면 직면하게 될 남북관계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1단계 사업에서 개성공단이 멈추게 되면 남북 간 신뢰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해 결국 개성공단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남북이 잃게 될 손실은 막대할 것이다. 개성공단이 2단계 개발로 기술 집약형 공단으로 거듭나게 되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경제 회생과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을 하자는 건 아니다. 2단계 개발은 당초에 수립한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기반시설의 수용 능력, 북측 노동력의 공급문제, 기업의 입주수요, 시장문제, 기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집약적 업종이 집중되는 공업단지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수준의 산업이 존재하는 복합 산업단지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북측 노동자를 고용해 생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북한 내부 기업에서 중간재를 공급받거나 이들 기업에 최종 조립을 맡기는 등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한 기업의 생산적 연계가 가능해야 하며, 남한기업만의 투자가 아닌 남북한 합영 및 합작기업 설립도 필요하다.

북한의 IT산업 육성에 부응하고 국내 IT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2단계에서는 공단의 상당부분을 IT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정치군사적 요인으로 개성공단 2단계 개발사업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정성도 제거돼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공동의 (가칭)개성공단활성화법을 제정해 국제사회에 공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북측의 경제 관료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경영 교육도 필요하다.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개성공단 금융회사 설립을 통해서 금융과 자본을 배우는 시장경제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개성 식목행사 때 심었던 나무들이 쑥쑥 자라듯이 개성공단도 하루빨리 2단계로 도약해 어떠한 남북경색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봉현/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chobh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