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3부)품질로 승부하자①IT서비스

 LG CNS 상암 IT센터 종합상황실. LG CNS는 2005년 12월, IT아웃소싱 업계 중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 서비스 부문에서 eSCM 레벨 4인증을 획득했다.
LG CNS 상암 IT센터 종합상황실. LG CNS는 2005년 12월, IT아웃소싱 업계 중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 서비스 부문에서 eSCM 레벨 4인증을 획득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기업의 CMMI 공식심사 현황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이 잠재 위험을 최소화하고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수준의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품질 개선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보화 프로젝트 능력 등의 척도인 CMMI·ISO2000·6시그마 등 다양한 품질 인증을 획득함은 물론이고 이를 내재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제 표준을 적용, 우수한 품질의 IT서비스를 고객에 항상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국내 IT서비스 기업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딛고 오프쇼어(off shore) 형태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품질 인증은 필수다. 해외 고객의 요구 사항을 받아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을 주는 국제 품질 인증을 획득하고 체화해야 한다. 인도가 오늘날 IT서비스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바로 품질 개선을 이뤄 서비스 전달방식을 혁신했기 때문이다.

 인도 기업의 품질 혁신 특징은 △원격지에서도 비정형적인 SW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는 프로세스 모듈화와 표준화 △지식 연속성을 위한 글로벌 딜리버리 센터 구축·확산 △린(lean) 방식의 혁신모델을 글로벌 소싱 서비스에 적용 등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IT서비스 기업은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이 품질경영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 CNS는 ‘최고의 품질로 최대의 가치제공’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품질혁신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신설한 사업이행본부 산하에 품질을 전담하는 전문조직인 품질공학센터를 두고 사업 수행 시 철저하게 글로벌 수준의 프로세스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품질공학센터는 품질체계팀·품질컨설팅팀·품질진단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수의 품질 전문가가 분야별로 포진해 있다.

 SK C&C는 지속적인 제품 및 프로세스의 품질보증 활동으로 고객 만족 및 가치 극대화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11월 공공사업 부문 전체에 걸쳐 CMMI레벨 5인증을 획득, 사업 수행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또 SK C&C는 아웃소싱 서비스 전반에 걸쳐 서비스의 측정에 기반을 둔 프로세스 개선 및 혁신활동을 한층 강화, 현재 사실상의 eSCM 최고 등급인 eSCM레벨 4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포스데이타는 CMMI·ISO20000 등 기존 IT서비스 분야 품질관리와 함께 통신장비를 포함한 제조 분야까지 통합품질관리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내재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있다. 이 회사는 품질이 우수한 SW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 사내 품질상 제도도 운영, 품질에 대한 직원 인식을 높이고 품질 향상으로 고객만족도를 제고하는 등 대다수 IT서비스 기업은 품질 개선 활동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IT서비스 기업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서비스 품질은 글로벌 수준에 여전히 못 미친다. 일례로 국방 정보화 분야는 정보화의 오랜 역사·경험에도 불구하고, 정보 체계의 품질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접근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군 정보화 담당과 국내 IT서비스 기업이 기존의 정보화사업에서 개발·사용됐던 품질 개념과 측정 기준들을 공통된 지침 혹은 표준으로 만드는 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세스 능력이 우수할수록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사고방식 속에서 국내 IT서비스 기업은 조직, 작업순서, 관리 방법, 기법, 도구, 환경 등을 프로세스로 정의함으로써 개발자, 사용자, 관리자 모두가 만족하는 품질 관리 방법론을 정착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해술 호서대 교수는 “SW 개발 전 공정에 걸친 정량화된 품질 향상 기술의 적용을 통해 품질을 가시화하고 품질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CMMI 심사 기관 TQMS 이민재 사장도 “그동안 대다수 IT서비스 기업은 품질부서 혹은 기획부서 주도로 공정과 품질 개선 활동에 주력해왔다”며 “이는 낮은 수준의 품질 관리 체계에 불과, 선진국처럼 임직원 모두가 업무 개선에 몰두해 성과를 올리는 자발적 품질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기고-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이민재 TQMS 사장(mjl22@tqms.co.kr)

 IT 산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일부 IT서비스 기업을 중심으로 SW 개발 방법론을 도입, 품질관리 활동이 시작됐다. SW 개발 방법론의 도입에 따라 SW에도 제조업처럼 공정이란 개념이 도입됐다. 이러한 변화는 SW 개발 작업의 순서를 공학적으로 정의할 뿐만 아니라, 주요 공정별 관리 대상들이 생겨나면서 작업별로 체계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SW 개발 방법론이 어느 정도 정착된 1990년대 중반부터 IT서비스 업계에서도 제조업에서 사용하던 ISO9000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ISO9000 인증의 의미는 ‘품질 매뉴얼’이란 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계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SW 개발 조직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ISO9000의 도입으로 인해 전반적인 계획 하에서 필요 자원의 확보 및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IT서비스 업계는 품질 활동 체계를 갖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품질 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CMMI나 6시그마 활동과 같은 프로세스 개선 방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프로세스 개선 활동들은 SW 개발 방법론이나 ISO9000 등에서 정립된 프로세스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이전 활동과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IT서비스 기업들은 CMMI와 같은 프로세스 개선 모델을 도입, 품질 및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동안 품질이나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해 온 대부분 IT서비스 기업들을 살펴보면 품질부서나 기획부서의 주도하에 조직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개선 활동 방향을 결정했다. 개발자들에겐 단순히 결정된 방향으로 따라올 것을 강요한 것이다. 정작 품질 개선 활동의 주체가 돼야 할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개선 활동을 지원해야 할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 것이다.

 개발자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장이’다. 이러한 ‘장이’의 성향은 타의에 의한 변화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지만 자의에 의한 변화에는 무한한 자긍심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개발자들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제한적인 품질 개선 활동은 오래 지속되기가 힘들다. 개선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개발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활동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국내 IT서비스 기업의 품질 및 프로세스 개선 활동의 역사가 10년이 지났다. 그 동안 다수의 기업이 ISO나 CMMI 인증을 받았지만 한 조직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품질 개선 활동을 수행해 온 사례가 극히 드문 것만 봐도 개발자가 참여하지 않는 품질 개선 활동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제 우리 IT서비스 기업들이 품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말일 것이다.

 안수민기자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