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디오대여 체인 블록버스터가 대형 가전유통 업체인 서킷시티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관련 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기업간 인수합병(M&A)에서 큰 규모의 기업이 작은 규모의 기업을 가져가야 한다는 ‘공식’이 깨진지는 오래지만 이종(異種)의 중소기업이, 그것도 공개 형태로 M&A를 제안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블록버스터는 서킷시티를 인수해 온·오프라인 콘텐츠와 가전을 아우르는 온·오프라인 융합 서비스 업체가 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내놓았다. ‘1+1=3’이 된다면 기업의 규모나 업종은 M&A 시장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됐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나?=블록버스터는 14일(미국시각) 서킷시티를 13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 2007년 회계연도에 서킷시티의 매출은 117억달러. 같은 기간 블록버스터의 매출이 54억달러임을 감안한다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인터넷쇼핑몰이 인기를 모으면서 서킷시티가 호황을 이뤘던 2000년 전후까지 감안한다면 두 회사의 규모차는 훨씬 크다.
하지만 최근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을 보면 ‘M&A’가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
서킷시티는 종합할인점 월마트의 독주 속에 두번째 가전유통점의 지위를 지키려는 노력도 베스트바이의 추격으로 물거품이 됐다. 매출은 지난 몇년간 급락세를 보였고, 최근 마감한 2007년 실적에서도 5.5%가 떨어졌다.
블록버스터 역시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이익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최근 분기 순이익이 300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전년 동기는 4900만달러였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블록버스터가 대안으로 찾은 것이 바로 서킷시티다. 힘들지만 서로 힘을 합쳐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새 융합서비스 내놓는다=블록버스터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은 바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한 융합서비스. 두 회사 모두 온·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지만 경쟁을 치열해지고 킬러앱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무섭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넷플릭스(Netflix)의 질주도 블록버스터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으로 비디오를 대여하는 업체로, 최근 LG전자 등과 손을 잡고 주문형비디오(VoD)사업까지 진출했다. 애플TV 등 IT업체들의 시장진입도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는 동력이 됐다.
블록버스터는 서킷시티와 손을 잡고 온라인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적절한 활용법을 찾을 생각이다. 이를 위해 칼 아이칸 등 거물급들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제임스 키이스 블록버스트 CEO는 “두 회사의 결합으로 180억달러 규모의 미디어 콘텐츠 및 가전 융합 서비스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인기자 di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