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꿈과 희망을 넘어

 2008년 4월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소재 한광중·고등학교 대강당. 전국에서 선발된 15명의 초·중·고교생 등 청소년이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와 역사적인 무선 교신을 하기 위해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아마추어 무선(HAM) 동호인이 이날 오후 7시 55분부터 이소연씨를 5, 6차례 호출한 끝에 7시 59분께 “네, 여기는 HLOARISS(우주선 내 한국호출번호) DS3SYL(이소연씨 호출부호), 잘 들립니다”는 이소연씨의 목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무선통신장비(수신주파수 VHF 145.8㎒) 무전기에서 이소연씨의 맑고 활달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행사장에는 감동이 흘렀다. 직접 교신에 참석한 청소년은 물론이고 행사장에서 가슴을 애태우며 기다리던 400여명의 관계자도 탄성과 함께 환호를 터트렸다. 지구 상공 350㎞에서 초속 7.7㎞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정거장(ISS)에서 무선 교신을 기다리던 이소연씨가 드디어 한국 청소년과 우리말로 우주선 무선 교신(ARISS)을 하는 한국 최초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무선 교신의 성공으로 한국은 청소년이 우주인과 직접 무선 교신을 한 31번째 국가에 오르게 됐다. 지난 2000년 12월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각국의 우주기관에서 청소년에게 우주 개발과 전파 통신에 관한 흥미와 꿈을 심어주기 위해 실시한 무선 교신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공을 거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소연씨는 이날 청소년과의 무선 교신을 통해 무중력 상태에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지만 지금은 피터팬처럼 날아다녀 너무 즐겁다면서 우주선에서는 영어와 러시아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데 한국 청소년과 우리말로 하니 너무 기쁘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생도 우주인이 될 수 있는지 묻자 이소연씨는 항상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을 충실히 할 때 초등학생도 우주인이 될 날이 곧 올 것이라며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드라마적인 요소도 가미됐다. 행사 초반 이소연씨와 무선 교신이 되려는 순간 행사장이 마련된 학교 강당의 전원이 갑자기 꺼져 버려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해 버렸다. 순간적으로 무선 교신이 무산되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강당을 덮쳤다. 그러나 주최 측에서 이미 행사 30분 전부터 비상 발전기를 가동한 때문에 무선 교신은 성공할 수 있었다.

 행사에 직접 참여한 청소년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일반 전화나 휴대폰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우주인과 전파라는 매개체를 통해 꿈을 주고받았다면서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전파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면서 학창 시절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데 대해 스스로 대견해하고 자부심을 가진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무선 교신이 차세대 주역인 청소년에게 전파 통신을 통해 우주 과학과 전파 분야에 관한 꿈을 심어주고 도전 정신과 창의성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18일에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청소년이 우주에 꿈과 희망을 쏘아 올리는 2차 무선 교신을 갖는다.

 무선 통신의 발달로 전파는 이제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더구나 21세기 방송과 통신, 미디어 간의 융합 세상이 되면서 무선 통신의 근간이 되는 전파는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무선 서비스의 다양화로 전파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전파 자원은 여전히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통융합시대를 맞아 전파 분야에는 효율적인 관리와 자원 개발을 통해 국가 및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 방통융합 시대의 가치 창출을 위해 전파 분야가 이제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최수만 한국전파진흥원장 ceo@kor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