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모바일 금융의 복고풍

지난 2001년 시작된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은행과 증권 거래를 중심으로 금융업계에 파고들고 있다.

 이제는 2G 환경의 시행착오가 하나씩 해결되고 은행업무나 증권거래는 물론이고 신용·현금·교통 카드 심지어 주택청약, 복권구매에 이르기까지 금융 IC칩을 탑재한 휴대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가 발급하는 금융 IC칩 기반의 휴대폰 금융 서비스는 개인식별모듈(USIM) 칩 기반의 3G 서비스인 ‘쇼(SHOW)’와 ‘티(T)’라는 새로운 사업브랜드로 대중에게 다가서며 빠른 속도로 기존 2G 사용자를 3G기반으로 옮겨 놓았다.

 그렇지만 최근 모바일 금융 인증 IC칩의 발급자가 은행에서 통신사업자로 바뀌면서 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가 금융거래에 필수적인 대면 확인을 거쳐 칩을 발급하면서 불편을 낳고 있다. 또 기존 2G 환경 사용자의 인증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모바일 금융의 복고풍’이 부각되는 것도 현실이다. 혼란이 일고 있는 금융 칩과 USIM 칩의 문제를 피해 기존 아이디나 패스워드를 키패드로 입력하는 버추얼머신(VM) 방식이 부활하고 있다. 금융산업 관계자들도 이러한 번거로운 접속방법이 한시적인 대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인증의 주체를 놓고 금융과 통신 업종 간의 헤게모니 논쟁과 원칙도 중요하다. 하지만 금융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은 사공 없는 나룻배처럼 모바일 금융의 뚜렷한 주체가 없는 것이다. 이는 중복투자처럼 사회의 효율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나룻배의 승객인 고객들이 이 현실을 꼼짝없이 지켜봐야 하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3G 금융과 통신의 융합에 대한 원칙을 정의하는 데 세월을 낭비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 우리의 판단이 늦어지고 멀어질수록 금융의 복고풍 유행도 길어질 것이다.

◆최인엽 메리츠증권 신채널사업팀장 anthony@imerit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