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표현 자유 얻었지만 극심한 성장통 겪어

 # 미국 듀크대 학생 중국인 왕 퀴안유안 양은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 때문에 삶의 위협을 받고 있다. 티벳 옹호 학생들과 중국 정부 지지 학생들 사이에 중재자로 나선 모습이 티벳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e메일과 전화로 온갖 협박을 받았다. 그녀의 주민번호와 주소는 물론 중국 칭다오의 부모님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인터넷에 공개되며 집단 테러에 직면했다.

 

 중국 사회가 그토록 바라던 온라인 상의 표현의 자유를 얻었지만 불특정 다수의 무차별 폭력이라는 심각한 성장통을 동시에 겪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미 오래 전부터 겪고 있는 문제지만 훨씬 더 대규모에 맹목적인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BBC, CNN, 유튜브는 물론 위키피디아까지 수년간 통제해온 온라인 의견개진 공간을 허용했지만 대다수 의견이 국수주의에 매몰되며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간혹 등장하는 중국 정부 지적 글은 순식간에 엄청난 공격을 받는다.

 2000만명이 등록된 최대 토론 사이트 티아냐에서는 올림픽과 티벳 사태와 관련한 중국인들의 반 외국 감정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이 위험에 처했다”며 “설사 정부가 잘못한 게 있더라도 외세가 내정 간섭을 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으며 우리가 힘을 모아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달라이 라마’를 ‘히틀러’에 비유하는 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몇몇 토론 사이트에서는 티벳을 옹호하는 등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의 신상명세를 공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같은 사이트를 ‘인육 검색 엔진(human flesh search engines)’이라고 부른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에서 발생한 분노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다는 것이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사는 티벳인 롭상 겐던씨는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중국의 장애인 운동선수 진징이 성화를 봉송할 때 위협을 가한 사람으로 잘못 지목됐다. 중국 네티즌들은 구글맵으로 그가 사는 곳을 공개하고 집 전화번호와 직장 상사 연락처 등을 온라인으로 퍼 날랐다. 그가 수천 통의 협박 e메일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다음날 출근하자 그의 직장 상사는 그에게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가족들과 함께 피신하라”고 권유했다.

 티벳 옹호 학생들을 지지했다는 오해로 무차별 공격을 받은 듀크대 학생 왕 퀴안유안 양은 요즘 아침저녁으로 중국의 부모님과 e메일을 주고받는다. 부모님 집 앞이 오물로 뒤덮인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뒤로 부모님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도청의 위험 때문에 전화는 사용하지 않는다. 왕 양의 부모는 누군가 집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자 이사를 갔다.

 왕 양은 “한 순간에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나의 개인 정보를 알게 됐다”며 “나는 양측에 인내와 관용을 요청했을 뿐 국가를 배신한 적이 없으며 그들이 나를 ‘배신자’로 부르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