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이 망 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텔레콤은 최근 시험평가(BMT)까지 마쳤던 ‘하나포스 광랜용 기가비트 L3집선스위치’ 도입 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고, 기기비트(G) PON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로텔레콤은 최근 2달여간의 BMT를 진행, 이 달초 다산네트웍스, 콤텍시스템, 대유디엠씨, 지피시스 등 4개 업체를 최종 통과업체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하나로텔레콤은 이들 업체에게 BMT를 진행했던 기가비트 L3집선스위치에 대한 구매 철회를 통보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L3집선스위치 방식의 데이터 중심 인터넷망이 음성 위주의 SK텔레콤 망을 수용하는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즉, SK텔레콤과의 통합을 전제로 차세대 인터넷망에 대한 투자 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G-PON 등 새로운 기술을 포함, 가입자단에 붙는 장비 도입에 대한 SK텔레콤 측의 전면 재검토 방침이 반영된데 따른 것이란게 업계 내외의 평가다.
재검토 이전 하나로텔레콤이 그리고 있던 모델은 하나포스 광랜의 100메가비트 L3집선스위치를 기가비트 제품으로 교환하고, 고객과 연결하는 엣지단의 업링크 모듈을 100메가 기가비트 모듈로 바꾸는 방식이다. 고객에게 순수하게 100메가를 제공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IPTV 등 대용량 트래픽에 대비한 가입자단의 속도 개선을 검증된 방식을 통해 진행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 도입을 진행하는 G-PON은 L3집선스위치가 전혀 필요없는 장비다.
ASIC 형태의 칩이 6월, 7월께 양산될 예정이라는 점만 빼면 KT가 도입한 기가비트이더넷 PON보다도 2.5배 이상 빠른 포트당 2.5기가비트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은 제품이다.
특히 L3집선스위치는 데이터통신 위주이기 때문에 음성 위주의 SK텔레콤 망을 수용하기에 부족했었다. 그러나 G-PON은 데이터 트래픽뿐만 아니라 게이트웨이만 설치하면 TDM 접속도 가능해 기존 음성망 위주의 SK텔레콤 망을 통합하는데도 용이하다. 즉 데이터 중심의 하나로텔레콤 장비 구매계획이 SK텔레콤 인프라와 융합을 전제로 재검토된 셈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G-PON은 데이터·보이스·비디오 트래픽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기술상 전전자식 교환기의 다음 단계로 볼 수도 있다”며 “8개월여간 BMT 등을 진행한 관련 장비업체들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입장에서는 방향성을 잘 잡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조치는 기술적인 이슈보다도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의 인프라 통합을 전제로 한 첫 가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향후 이 같은 움직임은 양사의 투자 정책에 계속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기범기자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