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온라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디지털콘텐츠 배급 사업에 두번의 실패를 맛본 소니가 ‘2전3기’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LA타임스는 소니가 이르면 올 여름 플레이스테이션3를 활용한 온라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스튜디오들과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22일 보도했다.
소니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X박스라이브)와 애플(아이튠스)에 이어 소니가 가세하면서 디지털콘텐츠 배급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치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의 실패=소니는 이미 디지털콘텐츠 배급 사업에서 두 번이나 실패했다. 2002년 소니픽쳐스를 앞세워 파라마운트픽쳐스, MGM 등과 ‘무비링크’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온라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 했다. 결국 무비링크는 지난해 8월 블록버스터에 팔렸다.
더 큰 아픔은 소니가 직접 만든 온라인 음악 서비스 ‘소니 커넥트’의 실패다. 애플 아이튠스를 겨냥해 2005년 선보였지만 3년을 채 못 버티고 올 해 초 서비스 자체가 종료됐다. 무비링크와 소니 커넥트의 실패는 성공적인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배급 사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큰 적은 ‘자신’= 앞선 두 번의 실패는 시장에서의 경쟁뿐 아니라 소니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소니의 폐쇄적인 정책 때문이다.
IT전문 애널리스트 리차드 도허티는 “소니가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지적재산권 변호사를 보유한 것은 축복이자 저주”라며 “일생에 ‘상품’이라는 것을 만들어 본적도 없으면서 ‘아니요’라고만 할 줄 안다”고 지적했다.
소니는 또 계열사간 교류가 없기로 유명하다.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의 플레이스테이션 그룹이 타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못 받는다고 스스로 오판하고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용 영화 서비스 계획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번엔 다르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의 피터 딜레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플레이스테이션 관련 블로그에 “아직 회사가 공식발표한 새 소식은 없다”면서도 “그동안 보지 못 했던 새로운 비디오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니는 또 이번에는 철저한 개방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과거 자체 포맷을 고수하며 고립됐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전세계 900만대가 보급된 플레이스테이션3를 중심으로 최대한 다양한 기기를 지원한다는 목표다.
최대 경쟁자는 MS X박스라이브다. 1000만명의 온라인 게이머들에게 350개의 영화와 5000개의 TV물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 역시 아이튠스에서 비디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세 공룡 사이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