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던 일본 전자부품 빅5사가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무라타제작소, TDK, 교세라, 알프스전기, 다요이유전 등 일본 전자부품 빅 5사의 올해 설비 투자액은 2900억엔 전후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 금액 3480억엔에 비해 20%가 감소한 수치다. 특히 무라타제작소는 올해 설비투자 목표금액을 720억엔으로 설정, 지난해 대비 40%나 줄였다.
이는 일본 전자부품업체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경제위기로 당분간 전자부품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 보수적인 투자방식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일본 전자 부품 빅 5사는 그동안 줄곧 설비투자를 늘려온 상태여서 이번 투자감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무라타제작소, TDK, 교세라, 다이요유전 등 일본 대형 부품업체는 휴대폰이나 평판TV 등 가전 및 통신기기의 저소비 전력 및 소형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세라믹콘덴서를 생산하는 업체로,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무라타제작소는 그동안 급격히 늘어나는 콘덴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1000억엔, 2007년 1200억엔 등을 설비 확충에 투자하는 등 최근 수년간 20∼25%씩 투자금액을 늘려왔다.
TDK도 지난해 6월 아키다현에 500억엔을 들여 세라믹콘덴서 생산전용 신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 설비를 40% 이상 확충했다.
대다수 전자부품들이 평판TV 등 디지털 가전 및 통신기기 완제품의 가격경쟁 격화로 채산성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의 전자부품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해온 건 세라믹콘덴서만큼은 고성능·고효율 부품으로 인식되며 견조한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징올림픽 특수로 세계 LCD TV 수요가 사상 처음으로 1억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빅터(JVC)가 일본내 LCD TV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하는가하면 필립스가 북미시장 철수를 선언하는 등 거대 수요처들이 잇따라 평판TV 사업 축소를 결정해 시장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일본 휴대폰 업체들의 연이는 사업 축소 및 철수 결정도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공격적 투자에서 시장상황을 고려한 소극적 선별투자 방식으로 급전환한 이들 일본 대형 전자부품 및 소재 업체들로 인해 국내 부품·소재업체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에 일본 부품·소재공단을 유치하려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에 이은 발표로 활발한 경제협력의 장애물로 대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정훈기자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