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옛 소련의 망령이 되살아 나고 있다.
AP는 구 소련의 국가 도메인 .su를 사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수가 총 4만5000개로 이 중 올 들어서만 1만4000개가 새로 생겼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는 올 1월 기준 3만1000개에서 45% 증가한 것이다. .su 도메인은 1990년 9월 처음 등장했지만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분리된 구성국가 별로 .ru(러시아), .am(아르메니아), .ee(에스토니아), .kz(카자흐스탄), .uz(우즈베키스탄) 등 각자의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su 사이트들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의 홈페이지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일반 블로그나 기업사이트도 우후죽순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과거 소련 시절에 대한 러시아의 향수가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위대로 불리는 나시(Nashi)라는 청년단체는 ‘nashi.su’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푸틴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인 이 사이트는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가도메인인 .ru 대신 .su를 사용해 과거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소비에트연방의 이니셜을 본딴 ussr.su나 독재자 스탈린을 연상시키는 stalin.su, 구소련 비밀경찰에서 이름을 딴 kgb.su 등 도메인은 개당 3만 달러의 가격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널리 알려진 기업 도메인을 차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su를 쓰는 기업들도 많다. 미국의 자동차업체 포드나 컴퓨터업체 애플을 빗댄 ford.su, apple.su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ford.su의 소유주는 러시아의 영세 자동차 수리점이 갖고 있는 데 이 업체는 포드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수리한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 도메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명 미국기업의 도메인에 .su를 붙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인터넷사이트 이름을 기억하기 쉽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호응이 높다고 AP는 전했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존 크레인 CTO는 “국가명이 바뀌면 이전 국가도메인을 말소하는 관행에 따라 .su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며 “.su도메인은 이미 정치적인 사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