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 뛰어난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LCD 분야 중소기업과의 상생에서도 흐뭇한 일을 보여줬다. 국내 LCD 협력사에서 조달받는 핵심부품의 단가를 일제히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중소업체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이번 일은 삼성이 LCD를 양산한 지난 95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써 그만큼 이 회사가 대중 상생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했음을 뜻한다. 이뿐 아니라 삼성은 LCD 부품 중 하나인 백라이트유닛(BLU)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 외에 5%의 납품 단가까지 추가로 올려줬다니 더욱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삼성은 분기마다 부품 협력사들의 납품 단가를 5% 안팎에서 깎아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생의 시대에 리딩기업 답지 않다”는 비난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도 어느 정도 일조할 것이다. 이번 조치가 얼마나 기뻤으면 한 협력사 관계자는 “납품가 인상은 사상 초유의 일이며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감지덕지”라고 했겠는가.
사실 지난해 5월 LCD 업체 간 상생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과 LG가 주축이 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라는 단체를 출범시켰지만 대기업과 대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겨우 최근에야 삼성과 LG가 8세대 LCD 양산장비 1개씩을 각각 경쟁 협력사에서 교차 구매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대·대협력과 대·중소 상생협력의 물꼬를 텄을 뿐이다. 대·대도 그렇지만 특히 대·중소 협력은 상생을 넘어 국내 LCD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보다 확대돼야 한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뒤를 이으며 주력 수출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기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의 총수출액은 262억달러로 전체 총수출의 8.1%를 차지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중 LCD가 연평균 23% 성장하면서 수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종주국이라고 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부품 국산화 등을 살펴보면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LCD TV는 국산화율이 90%가 채 안 되며 이마저도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과 소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분야에서 우리가 이렇게 취약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국내 소수 대기업에만 집중되다 보니 업체 간 무리한 저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인 기술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생존을 위한 단기 성과에만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삼성의 LCD 핵심부품 단가 인상은 많은 중소부품업체에 큰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에서도 결코 그 의미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