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정보통신부를 해체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정보통신 산업의 규제를 철폐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이견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정보통신부의 폐지와 함께 국가 정보화 추진 정책이 급속하게 위축되는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기존의 정보통신부 기능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및 행정안전부로 분할, 이관됐다. 이 가운데 국가 정보화의 기능은 전자정부 정책을 수행하던 행정안전부로 이관됐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정보화 업무를 이관받아 기존의 전자정부본부를 정보화전략실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정부를 포함하는 국가 정보화 기능은 제1차관에서 제2차관으로 소속이 변경돼 대폭 축소됐다. 특히 지난 3월 15일 대통령에 대한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는 정부 조직과 기능의 개편 및 지방예산 절감 등에만 중점을 두었을 뿐 정보화 업무는 보고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
이처럼 전자정부를 포함하는 국가 정보화 추진 정책의 축소에 따르는 폐해는 향후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선진 일류국가를 위한 행정 개혁은 앞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국내외 사례가 증명해 주고 있는 것처럼 정보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행정 개혁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세계 여러 나라는 행정 개혁을 통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무수히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 노력에 비해 정부의 규모는 더욱 확대됐고 비능률도 지속됐다. 이는 대부분의 행정 개혁이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회의 전반적 변화를 주도하는 정보기술의 지원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들도 정권 초반에 강력한 행정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성공적인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정부들 모두 집권 초반에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했지만 임기 말에는 항상 공무원의 수가 늘어났다.
미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00년대 들어 미국 연방정부의 행정 개혁은 ‘킵 커미션(Keep Commission)’(1905∼1909)부터 ‘그레이스 커미션(Grace Commission)’(1982∼1984)까지 10여 차례가 있었지만 정보기술의 활용과 연계되지 못해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1993년에 집권한 클린턴 대통령은 달랐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공약대로 연방공무원 10만명 감축 지시를 내렸고, 고어 부통령에게 정부를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고어 부통령의 주도 아래 국정성과평가팀(NPR)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미국의 행정 개혁은 ‘정보기술을 통한 정부 재구축’ 프로그램을 통해 공무원을 30만명 이상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미국 행정 개혁의 성공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전자정부의 구현을 통해 이룬 결과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자정부가 참여정부 시절에 다 완성됐다고 생각해 국가 정보화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장기적 국가 비전인 ‘선진화’에 세계화와 지식정보화가 포함돼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5대 국정지표나 주요 과제에서 정보화 분야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 정보화는 정치와 경제 논리에 밀려 총체적인 행정 개혁과 연계되지 못하고 국정의 우선 순위에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정보화 정책은 여러 정부 부처들이 관련될 수밖에 없는 다부처적 사업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를 추진하는 주체가 리더십을 갖고 부처 간 고도의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라는 부처 수준에서 국가 정보화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기존에 서면 심의에 의존하던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이용하는 방안도 적절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행정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를 원한다면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산하에 국가정보화추진단을 구성해 행정 개혁과 규제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충식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cschung@ks.ac.kr